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아이폰X 부진 나비효과…'애플 리스크'에 우는 韓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

가동률 50%대 불과하고

OLED 추가 투자여부 놓고

LG디스플레이도 갈팡질팡

IT부품사도 애플 행보에 촉각

지난 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서 협력한 뒤 과잉 생산 문제로 허덕이고 있다”며 “뒤늦게 시설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을 시작으로 전 세계 OLED 패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본 삼성디스플레이가 호기롭게 생산 시설을 늘렸지만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었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아이폰 중 처음으로 OLED를 적용한 ‘아이폰X’를 1,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출시하면서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OLED 중심으로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아이폰X 판매가 예상에 못 미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애플 전용 공장인 A3 가동률은 5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4분기 1조4,000억원에 달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이 올 1·4분기 2,000억원선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이미 공장을 지어놓아 피해가 막심하고 애플과 투자논의를 벌이던 LG는 언제 투자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면서 “애플 호재를 바랐던 장비업체들은 올해 수주가 제로에 가깝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계에 ‘애플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해온 애플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상황이 뚜렷해지면서 애플에 부품을 대던 업체들의 피해가 덩달아 커진 것이다. 특히 부품업체 입장에서 애플은 연간 2억대가 넘는 아이폰을 팔아치우는 갑 중의 갑. 부품업체들은 애플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혹시나 아이폰 판매 부진의 부담을 떠안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 1·4분기 애플 아이폰X의 생산량이 2,000만대에서 1,500만대로 2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4분기 생산량 예상치는 1,800만대에서 1,000만대로 44%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출시된 최신작의 판매가 한 분기 만에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것이다. 외신 등 각종 IT 매체들은 “혁신의 한계에 부딪힌 아이폰이 비싼 값만 제안한 결과”라는 비아냥 섞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승승장구해온 애플에는 당혹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005930)와 화웨이 등에 치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더라도 고가 스마트폰 사용자에게는 절대적 사랑을 받는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 최고급 제품인 아이폰X마저 외면받는 것은 그야말로 ‘권불십년(權不十年)’이 본격화하는 조짐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레티지 애널리스틱스에 따르면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9.4%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14.3%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X가 플렉시블 OLED를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평평한 디자인으로 나왔을 때 실패를 예상했다”면서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정체를 뚫을 해법을 제안하지 못했고 오히려 소비자 가격 저항선만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아이폰X의 판매 저하로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OLED 추가 투자가 중단되거나 미뤄진 상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추격이 매서운 상황에서 우리 업계의 미래 동력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글로벌 산업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A2E’와 ‘A4’ 공장의 추가 투자가 6개월가량 미뤄졌고 신규 공장인 ‘A5’의 투자는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034220) 역시 ‘E6’의 투자를 6개월가량 미뤘고 ‘P10’ 투자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OLED 관련 장비업체들의 올해 신규 수주액이 전무하고 일부 업체들은 신규 물량 수주를 위해 중국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애플에 대한 신뢰를 이어갈지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아이폰X의 가격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뚜렷하게 드러났고 디자인 역시 호불호가 크게 갈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이폰X에 적용된 ‘노치(상단이 M 모양)’ 디자인은 디스플레이 업체 입장에서 원가가 20~25%가량 더 드는 부품이지만 향후 얼마나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채택할지 미지수다. 애플만 믿고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것이다. IHS마킷 관계자는 “애플이 차기 OLED 적용 아이폰의 가격을 999달러 이상에서 시작한다면 구매 여력이 있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부품사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아이폰X가 얼마나 팔리는지 지켜본 후에야 향후 OLED 스마트폰 수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