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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 원자재 금융화 시대, 헤지전략 재점검 필요하다

최용혁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원자재값 주식시장 동조화...리스크 분산 효과 떨어져

  • 2018-03-27 17:22:51
  • 사외칼럼
[M아카데미] 원자재 금융화 시대, 헤지전략 재점검 필요하다
최용혁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원자재 투자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품들은 주가연계증권(ELS)·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채권(ETN) 등 불리는 이름은 다양하지만 공통으로 원자재 선물(commodity futures)과 같은 파생상품을 조합해 만들어진다.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투자자도 증권회사를 통해 해외에서 거래되는 원유·비철금속·곡물·에너지 시장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원자재가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됐다는 사실은 원자재를 취급해온 기업에는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당초 원자재 파생상품은 원자재를 판매하거나 구입하는 기업들이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안했다. 설비 가동 중단이 어려운 정유사나 비행기를 항상 띄워야 하는 항공사 같은 기업은 원자재 가격에 따라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심할 경우 현금 흐름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파생상품을 거래하면 미래 시점에 거래할 원자재 가격의 변동폭을 울타리 치듯이(헤지·hedge) 현재 시점에 결정할 수 있다. 헤지를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리스크를 대신 떠안을 거래 상대방이 필요한데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리스크 프리미엄이라고 불리는 수익을 대가로 이 역할을 담당해왔다.

[M아카데미] 원자재 금융화 시대, 헤지전략 재점검 필요하다

원자재 시장서 사라진 포트폴리오 효과

투자수익 좇는 금융자본, 원자재 시장 대거 유입

가격 전망 복잡해져 정확도 하락, 변동폭은 커져

헤지정책의 비용효익, 제로베이스서 검토를

US Airways 유가 헤지비용 배럴당 10弗 추산

되레 원가관리 악영향 판단...선물거래서 손떼

원자재 파생상품 시장의 전통적인 구도는 미국을 중심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한 금융자본이 원자재 파생상품 시장에 대거 유입되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미국의 상품선물현대화법 통과를 비롯한 일련의 원자재 파생상품 거래 규제 완화가 이러한 현상을 촉발했다. 헤지펀드 운영자 마이클 마스터스의 미국 의회 증언에 따르면 2003년 130억달러였던 대형 투자기관의 원자재 상품 거래 규모가 5년도 안 돼 2,600억달러로 20배 증가했다고 한다.

그 결과 원자재 시장이 금융 시장처럼 움직이는 금융화(financialization)가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원자재 가격은 주식과 같은 금융 상품과 비교적 관련 없이 움직인다고 알려졌다. 상호 독립적으로 변동하는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리스크를 낮추면서 기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 점은 국부펀드·연기금 등 대형 투자자들이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거 원자재를 편입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결과 원자재 가격이 금융 시장의 자금 유출입에 영향을 받아 역설적으로 주식 시장과 동조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연간 주가와 원자재 가격의 동조화 정도를 측정하는 상관계수가 2000년 이전에는 평균적으로 -0.02~0.08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후반에는 0.60~0.70까지 올랐으며 현재도 0.30 수준이다.

서로 다른 원자재 가격 간의 동조화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S&P GSCI나 CRB지수 등 원자재 가격 지수에 편입된 종목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원자재 가격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가 원자재 시장으로 투자 자금이 유입되는 주된 통로이고 자금이 유출입될 때마다 지수에 포함된 상품 가격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원유나 비철금속·곡물에 비해 지수에 포함돼 있지 않은 철광석이나 석탄이 상대적으로 동조화 수준이 낮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원자재의 금융화로 원자재 가격을 전망하는 것이 복잡해졌다. 수요 산업 경기, 생산지 기후나 정세 등 지리적 요소, 재고 수준과 같은 원자재 수급 요인 중심의 가격 전망 정확도가 떨어졌다. 전문기관들이 제시하는 원자재 가격 전망치의 편차도 커졌다. 케네스 싱글턴 스탠퍼드대 교수는 유가에 대한 금융시장의 영향이 컸던 2008년 전후 전문 분석기관들의 유가 전망치 편차가 전보다 네 배가량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제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전망에 자금 동향과 같은 금융시장의 요인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재 가격 동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졌다.

또한 기업들은 헤지 정책의 비용효익을 재분석해 원자재 가격 변동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헤지 정책의 유지 여부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돼야 한다. US항공(US Airways)의 경영진은 배럴당 10달러씩 유가 헤지에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그냥 두는 것이 원가 관리에 더 유리하다는 점을 알고 유가 선물거래에서 손을 떼는 결정을 했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불필요해진 헤지로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의 비유처럼 “월가를 배 불리는 조작된 게임”에 속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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