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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천주교 서울대교구 세곡동 성당, 3층 대성전에 스테인드글라스...사시사철 변하는 '빛의 성당'

미술관·공연장 느낌의 건물

사비석 외벽으로 '성당=빨간 벽돌' 공식 깨

본당 측벽면은 입체감 살려 성스러움 강조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

낮은 구릉지에 위치...신자들에 쉼터 제공

만남의 방 등 남향 배치 자연채광 극대화

세곡동 성장 외부 전경. 기존 성당 건축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외부벽 재료를 사비석으로 택해 따뜻함을 강조했다. /사진제공=희림




성당은 천주교를 대표하는 건물이다. 신자들이 미사를 드리는 곳이자 예수그리스도의 정신과 가르침을 구현하고 구체화한 공간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실리카부터 고딕·바로크양식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건축됐는데 주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다른 건물을 압도하는 크기로 지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19세기부터 천주교가 본격 전파되면서 성당들이 들어서는데 대부분 서양의 양식을 본떠 만들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성당 건축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서양 성당을 흉내 내거나 기존 성당 건축을 답습하기보다는 주변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지면서 지역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친교를 나눌 수 있는 방향으로 지어지고 있다. 대표 건물이 지난해 준공된 서울 강남구 율현동에 위치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세곡동 성당’이다.

2층 마당에는 나눔의 마당 공간을 마련해 신도들이 친교를 더욱 도모할 수 있도록 했다./한동훈기자


세곡동 성당은 인근 모본당인 수서동 성당 신자들의 기부로 지어졌다. 성당 건축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하는 서울대교구장의 의지에 따라 현상설계를 통해 설계업체를 택했고 정영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설계안이 최종 낙점됐다. 지하 2층~지상 4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면적은 7,198㎡에 이른다.

세곡동 성당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에서 봤을 때 성당 느낌이 크게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미술관이나 공연관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보통 성당 건물이라고 하면 빨간 벽돌 소재에 검은 첨탑 위 십자가를 떠올리게 되는데 세곡동 성당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깼다. 건물은 크게 본당과 사제관으로 구성돼 있는데 외부벽 재료를 사비석으로 택해 붉은 벽돌로 대변되는 성당 건축의 보편성을 탈피했다. 대신 본당 측면의 벽면을 입체감 있게 구성해 성스러움을 강조했고 사제관 건물에는 종탑을 설치해 천주교 건물임을 드러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3층 대성전에는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설치해 빛의 효과를 극대화 했다./한동훈기자


세곡동 성당은 성당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빛’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빛은 천주교에서 내재성과 초월성을 뜻하는데 생명과 환희의 빛이 건물 곳곳으로 스며들게 했다. 특히 3층 대성전에서 빛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3층 창문에 예수님의 첫 기적인 ‘카나의 혼인 잔치’와 ‘천국으로 오르는 사다리’를 주제로 한 8m×8m 크기의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설치돼 있는데 빛을 받으면 대성전 공간이 스테인드글라스 그림으로 물들어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대성전 내부 바닥은 화강석으로 마감돼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더욱 강하게 반사된다. 또 대성전 내부에는 목재 루버를 설치해 스테인드글라스의 신비한 빛을 한 번에 체험하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느끼도록 했다. 가장 신성한 제의실은 스테인드글라스의 맑고 아름다운 빛이 가득해 신비로운 공간을 형성한다. 정 대표는 “스테인드글라스로 3층 대성전은 계절·날씨, 그리고 시간이 바뀔 때마다 다른 공간으로 거듭난다”며 “세곡동 성당이 성령으로 충만한 ‘빛의 성당’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전경/한동훈기자




세곡동 성당은 ‘나눔’도 특별히 강조한다. 건물 전체를 베이지색 톤으로 구성하면서 따뜻한 질감과 밝은 색감을 부각시켜 사람과 주변을 품도록 했다. 본당과 사제관 사이 1층, 2층 공간에 각각 성모 마당, 나눔의 마당 공간을 마련해 신도들이 자연스럽게 친목을 강화하고 공동체 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4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도 만들어 혼인미사에 최적화된 성당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신부대기실·대성전·연회장·폐백실로 이어지는 동선을 편리하게 구성했다. 세곡동 성당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성당을 만드는 것이 이번 계획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살리면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나눔의 성당을 짓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곡동 성당이 지역사회와 성당, 신도와 신도, 신도와 성직자가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나눔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선교’ 기능을 강화하는 데도 힘썼다. 본당에 700석 규모의 대성전과 만남의 방(300석), 북카페, 15개 교리실 및 커뮤니티공간을 배치해 교육과 선교를 위한 활동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주변 자연과의 조화에 신경 쓴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세곡동 성당은 세곡2보금자리지구와 기존 그린벨트 내 산 지형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인접한 산은 해발 80여m의 비교적 낮은 구릉지여서 성당을 찾는 신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부드러운 능선의 산지에 인접해 있는데다 남측으로는 멀리 남한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성당 내부는 바람이 잘 통하도록 지어져 공기순환이 원활하며 지하공간에도 충분한 빛과 신선한 공기가 유입된다. 또 만남의 방, 교리실, 사제관 등을 남향에 배치해 자연채광을 극대화했다.



이런 점들을 높이 평가받아 세곡동 성당은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마음이 밝고 맑아지고 숙연해지는 성당 건물”이라며 “진입부에서 성당의 주공간인 대성전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세상의 때를 씻게 하고 마음을 비우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성전·본당 등 주요 실내로 다양한 빛을 끌어들이는 창호 계획은 빛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종교 건축으로서 진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세곡동 성당 관계자는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데 최적화되도록 지어졌으며 복사단과 사제들은 미사 직전에도 쉽게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다”며 “유아방과 신부대기실에도 화장실을 따로 설치하고 수유실도 만드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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