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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벨 울린 지재권] 中 대형매장에 '짝퉁 나이키' 버젓이 진열...SW 70%가 카피본

■중국의 지재권 침해 실태

'트럼프' 상표권 도용...광저우자동차 '트럼치' 판매

한국 화장품·게임 업체도 짝퉁 범람으로 큰 타격

기술이전 강요·해킹·해외 라이선스 차별 규정으로

반도체서 식료품까지 산업 全부문서 노골적 도둑질





지난 1월24일 미 위스콘신 법원은 중국 풍력발전사 시노벨(중국명 화루이풍력)이 미국 전력기술업체 아메리칸슈퍼컨덕터(AMSC)의 핵심 풍력제어 기술과 관련한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AMSC의 최대 고객 중 한 곳이었던 시노벨은 법원의 이날 판결에 따라 올 6월 최대 48억달러(5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다.

AMSC는 2012년 시노벨이 핵심 고객사라는 점을 이용해 자사 직원들을 포섭해 주요 기술을 훔쳐냈다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5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재판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급물살을 탔다. 안방에서까지 태연스럽게 진행되는 중국의 ‘기술 도둑질’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시노벨 재판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제임스 풀리 전 미 지재권법협회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시노벨 재판을 중국의 지재권 도둑질의 단죄 사례로 다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기구인 ‘내셔널뷰로오브아시안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지재권 침해로 입는 피해는 연간 6,000억달러(638조6,400억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중국은 미국의 피를 빨아 먹는다. 통상 무역에서 중국이 미국에 하는 일은 역사상 가장 큰 도둑질”이라고 독설을 날린 데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부터 소프트웨어·의류·식료품·영화 등 전 산업 부문에 걸쳐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중국의 상표권 등 지재권 도둑질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

그의 분노 뒤에는 대통령 당선 전 ‘도널드 트럼프’라는 브랜드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중국 기업들과의 지재권 갈등 때문에 진저리를 쳤던 뼈아픈 기억이 깔려 있다. 2006년부터 중국 내 ‘트럼프’라는 상표를 놓고 소송에 휘말린 트럼프는 대선 직전인 2015년 트럼프 상표권과 관련해 패소의 쓴맛을 보았고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해 겨우 트럼프(TRUMP)라는 상표를 등록할 수 있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트럼프 대통령 이름과 비슷한 ‘트럼치(Trumpchi)’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을 ‘지재권 도둑’이라며 공개적인 분노를 드러내는 배경이기도 하다.

트럼프 정부가 문제 삼는 중국의 지재권 도둑질 형태는 유명 브랜드 상표권 무단 도용 같은 노골적인 사례는 물론 △합작회사를 통한 기술이전 강요 △해외 특허 라이선스에 대한 차별 규정 △국영기업의 미국 기업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한 기술 도용 △현지 진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해킹을 통한 기술 탈취 등 지재권 문제 대부분이 망라돼 있다.



중국은 그동안 투자 규정을 통해 자국 시장에 진출하는 해외 기업에 중국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을 요구하며 지재권을 중국 기업과 공유하도록 하거나 핵심기술 이전을 은근슬쩍 강요해왔다. IT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의 70%가 이른바 해적판 카피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OS)가 최대 피해 제품으로 거론된다. 중국의 대형 상가 매장에는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운동화 브랜드 뉴발란스의 짝퉁 제품이 버젓이 진열돼 있다.

여기에 시진핑 정부 들어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지적재산권과 기술 탈취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중국계 기업이 메모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대대적인 특허소송을 시작할 것이라는 경고장을 내놓았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려면 엄청난 지적재산권이 필요한데 중국은 그런 지재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중국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중국의 지재권 침해와 관련해 “중국은 복사(copy)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이는 도둑질이다. 이를 설명할 다른 방법은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영화와 드라마·게임·음악 등 저작권이 있는 제품들도 모두 중국의 지재권 도둑질 피해 대상이다. 전 세계적인 한류 인기로 브랜드 가치를 톡톡히 인정받고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역시 중국의 짝퉁 상품과 무단 도용에 시달리는 대표 사례다. 한국산 화장품과 발음이 비슷하거나 상표 모양이 유사한 중국 저질 짝퉁 제품으로 인한 피해 호소 사례도 연일 늘고 있다. 중국 법원에 제기된 위조 화장품 민사 소송은 지난 2012년 64건에서 2016년에는 330건으로 5배 증가했다. 중국의 짝퉁 게임으로 넷마블·넥슨 등 국내 유명게임업체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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