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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AT] 재력에 실력까지 갖춘 월가맨...백악관·재무부·연준 '쥐락펴락'

베어스턴스 수석이코노미 출신 커들로 NEC 위원장에

재무부 2인자 부장관도 모건스탠리 출신 뮤지니치 내정

트럼프, 수십년 맨해튼서 부동산사업 하며 실력 직접 확인

"규제 완화" 외치는 트럼프와도 코드 잘맞아 입지 굳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년여 만에 백악관 주요 참모진을 대부분 물갈이하면서 쇠퇴하는 듯했던 월가 출신들이 후속 인사에서도 빈자리를 채우며 트럼프 정부에서 최강 세력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정치권의 ‘아웃사이더’로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워싱턴 정가의 엘리트들을 싫어하는데다 뉴욕을 근거로 사업을 해온 그가 기업인 시절에 연을 맺은 월가 인물들을 꾸준히 발탁하고 있어서다. 트럼프의 ‘이너서클’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계 인사들도 월가를 백악관과 행정부에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 대선 승리의 최대 공신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물러난 데 이어 지난달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마저 수입철강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에 반대하다 전격 경질되자 워싱턴 정가에서는 ‘월가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섣부른 관측이 제기됐다.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배넌은 정치 부문,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콘은 경제 부문에서 각각 초기 트럼프 행정부 운영의 기관사 역할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애초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월가의 밀월 행보는 취임 2년차 들어 보다 돈독해지는 모습이다. 월가의 지지를 받던 콘이 물러나고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시장이 출렁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식 참모로 지내온 래리 커들로 CNBC 경제평론가를 후임 NE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월가에 영향력이 큰 뉴욕연방준비은행을 거쳐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서 7년 넘게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인물로 시장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카인 중독으로 베어스턴스를 떠났던 그는 약물중독 치료 후 경제평론가로 방송계에서 이름을 날리며 뉴욕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과 20년 가까이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에서도 월가의 입김이 한층 강해졌다. 이달 초 재무부 2인자로 파격 발탁된 저스틴 뮤지니치 부장관은 모건스탠리 등 월가에서 커리어 대부분을 쌓은 뒤 재무장관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의 지명에는 역시 월가 출신으로 대선 시절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정책의 사령탑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월가 출신이 장악했다. 지난 2월 취임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출신으로 부를 쌓은 후 공공 싱크탱크에서 초당적 경제정책 수립에 기여하다 연준에 발을 디뎠다. 연준에서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랜들 퀼스 부의장 역시 칼라일 출신으로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을 받기 직전까지 사이노슈어그룹이라는 투자회사에 몸담은 바 있다.



커들로의 NEC 입성에 이어 재무부의 1·2인자가 모두 월가를 주름잡던 투자은행 출신에게 넘어가고 연준에서도 투자은행 출신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라인은 사실상 월가가 완벽하게 다시 장악한 셈이 됐다. 여기에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회장을 지낸 정통 월가맨이고 월가를 감독하는 자리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이 클레이턴 위원장은 맨해튼 대형 로펌인 설리번&크롬웰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며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를 대리한 월가 변호사로 주가를 높인 경력의 소유자다.

트럼프 정부에서 이처럼 월가 인사들이 계속 중용되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의 금융회사들이 몰려 있는 맨해튼에서 수십년간 부동산 사업을 하며 금융맨들과 인연을 맺고 실력을 직접 확인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아울러 워싱턴 관료나 정치인들의 권모술수를 기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도 반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총애 속에 백악관 공보국장으로 발탁됐던 골드만삭스 출신의 앤서니 스캐러무치는 “난 월가 출신으로 앞에서 찌르지 워싱턴 인간들처럼 뒤통수를 치지는 않는다”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정면승부로 백악관 2인자인 비서실장까지 끌어내렸지만 공개석상에서 육두문자를 서슴지 않는 직설화법으로 일관하다 10일 만에 쫓겨난 바 있다.

배넌의 공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 문제에 관한 조언을 많이 구하는 크리스 루디 뉴스맥스 사장,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 등 이른바 ‘키친캐비닛’으로 불리는 사설고문단이나 최측근인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정부 인사에 적잖이 개입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주무대인 뉴욕 월가의 인맥이 추천 리스트에 대거 오른 것도 월가 출신의 약진 배경으로 거론된다. 맨해튼 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거부인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연봉을 받거나 큰 부를 쌓은 인사들의 능력을 신뢰한다”면서 “월가 인사들은 금융시장과 기업을 잘 아는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규제 완화에도 앞장서기 때문에 계속 잘 나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말폭탄을 던지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 겸 워싱턴포스트(WP) 사주 역시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후 곧장 월가에 투신해 뱅커스트러스트 부사장까지 지낸 월가 출신으로 트럼프 정부의 경제 라인이 베이조스 회장을 어떻게 다룰지가 그들의 ‘고향’ 월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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