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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九思와 毋不敬

  • 2018-04-06 17:28:53
  • 사외칼럼 27면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고전통해 세상읽기] 九思와 毋不敬

요즘 대학 신입생과 회사의 신입 직원은 단체 생활하기 어려워한다. 오랜 준비 끝에 대학에 합격하고 취업에 성공해 마냥 기뻐할 것 같지만 사실 대학 생활과 회사 생활에 의외로 힘겨워한다. 이 때문에 휴학과 이직을 고려할 정도라고 한다. 사람은 각자 성장기를 거치면서 개인의 생활 습관과 태도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습관과 태도는 개인의 정체성을 이뤄 심리적인 안정감을 누리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고교까지만 해도 많은 시간을 보내온 가족과 친구랑 생활을 공유하기 때문에 사람 사이가 크게 어렵지 않다. 고교 이후에 새롭게 사람을 만나고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 서로 다른 습관과 태도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다름의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조정과 이해의 과정을 통해 서로 적응할 수 있다. 그 정도가 심한 데도 불구하고 자주 만날 수밖에 없다면 사람은 심리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선배나 상사 등과 의사소통이 자유롭지도 원활하지도 않다고 느끼게 되면 고통이 한층 배가된다. 이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감정 소모를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려면 관행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적응을 요구하거나 ‘나만 편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편의주의의 발상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누구라도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 공적으로 논의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이러한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하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점검할 수 있는 요점이 필요하다. 이 요점과 관련해서 공자가 ‘논어’에서 말하는 ‘구사(九思)’를 눈여겨볼 만하다. 구사는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아홉 가지 체크 포인트에 해당한다.

“볼 때는 분명한지, 들을 때는 확실한지, 표정은 따뜻한지, 태도가 공손한지, 말이 진실한지, 일 처리는 신중한지, 의혹이 들 때는 무엇을 물을지, 화가 치밀 때는 닥칠 어려움이 무엇인지, 이득을 볼 때 옳은지에 집중해서 검토해야 한다(시사명·視思明, 청사총·聽思聰, 색사온·色思溫, 모사공·貌思恭, 언사충·言思忠, 사사경·事思敬, 의사문·疑思問, 분사난·忿思難, 견득사의·見得思義).”
[고전통해 세상읽기] 九思와 毋不敬

아홉 가지가 많기는 하지만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겪는 상황이다. 보고 듣는 시청은 나와 상대가 소통하는 기본이고 표정과 태도의 색모는 내가 상대를 환대하는 기본이고 말과 일 처리는 나와 상대가 협업하는 기본이고 의혹과 화의 의분은 나와 상대가 충돌할 수 있는 상수이고 이득은 나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상수다. 공자는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경우에 의도와 달리 생길 수 있는 어려움을 피하려면 그 상황에 맞는 체크 포인트를 살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시선을 맞춰 분명하게 보고 귀를 기울여서 확실하게 들으면 잘못 보고 듣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해 마지막으로 이득과 관련해 이치에 맞는지 검토한다면 나로 인해 상대를 어렵게 하는 일도 상대로 인해 내가 힘겹게 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구사의 내용을 숙지한다면 매일 만나는 사람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가 있다. 몇 차례 읊조리며 외우거나 외우는 게 부담스러우면 적어서 휴대하는 방법도 좋다. 아홉 가지의 체크 포인트가 적실하다고 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 너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예기’에서 강조하는 예의 기본 정신에 주목할 만하다. 예는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조율하는 행위의 방식이다. 사람이 만나는 상황이 많다 보니 “경례삼백(經禮三百), 곡례삼천(曲禮三千)”이라 해 기본이 되는 중요한 예만 300가지이고 세세한 상황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예가 3,000가지나 된다. 구사보다 엄청 많은 숫자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예의 기본은 ‘무불경(毋不敬)’이라고 해 상호 존중의 ‘경’ 자 하나로 정리된다. 즉 우리는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타인이든 나보다 낮은 사람이 없으며 함부로 대하지 않고 상호 존중의 자세를 지닌다면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 자체로 보게 된다. 사람 사이에 지킬 것이 많아 어렵다고 여긴다면 ‘경(敬)’ 한 자만 마음에 새겨도 우리가 생활 세계를 편안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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