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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4차 산업혁명 가는 길 '축적의 시간' 가져야

■20여년만에 세계1위 오른 2차전지산업
미래 보고 과감하게 배터리 연구·개발 투자
LG화학 위기·실패 딛고 '4차산업 심장' 역할
■'가보지 않은 길' 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AI·빅데이터 등 새로운 성장전략 세울 시기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 적극 지원·격려해야
창조적 도전·실패의 교훈이 '성공의 씨앗'으로

  • 2018-04-10 17:28:09
  • 사외칼럼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M아카데미]4차 산업혁명 가는 길 '축적의 시간' 가져야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한국 산업계도 일찍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차분히 준비해야 할 시간인데, 얼마 전 읽었던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이 뇌리에 남는다. 이 책에는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이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해 제시하는 진심 어린 제언이 담겨 있다. 국내 최고 석학들이 한국 산업계가 처한 현실과 위기를 진단하면서 이의 해결책으로 창조적 도전과 미래 준비를 위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때다. 2010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서는 어느 한국 기업의 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인구 3만명의 작은 도시를 들썩이게 만들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는데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업도 아닌 한국 기업의 행사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축사에서 “이곳에 공장을 짓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4년 뒤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또 하나의 해외 공장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사업외적 요인으로 정상적인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올해 이 회사는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폴란드에 새로운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바로 LG화학의 배터리 공장이다.

일본이 전자사업과 부품소재 사업에서 위력을 떨치던 1990년대 초반, 배터리 사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에서 삼성과 LG는 미래시장을 보고 과감하게 배터리 사업, 즉 2차전지 사업을 시작했다. LG의 2차전지 사업은 1992년 당시 그룹 부회장이었던 구본무 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영국 원자력연구소에 들렀다가 2차전지 샘플을 직접 가져오면서 시작됐다. 충전해서 반복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가 장차 사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년간의 준비 끝에 1995년 본격적인 독자 개발에 착수했고 3년 만인 1998년에는 양산체제를 갖출 수 있었다. 일본 업체의 경우 10여년에 걸친 연구개발 후 양산에 성공했음을 감안할 때 우리 기업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로 평가된다. 어느덧 20여년의 시간이 흘러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연간 약 4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으로 성장했으며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전기자동차, 휴대용 전자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심장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M아카데미]4차 산업혁명 가는 길 '축적의 시간' 가져야

이 회사의 배터리 사업이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2004년에서 2008년 사이 리튬이온배터리 과열사고가 수차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자기기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고 배터리 사업의 존속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당시 위기를 겪었던 이 회사가 자신감을 잃고 위축돼 사업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오늘날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한국의 2차전지 산업은 없었을 것이다. 2년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우주복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에 LG화학 제품을 채택했다고 한다. 우주복에는 극한의 환경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이 내장된다. 산소탱크와 각종 통신장비·방사능측정기 등 다양한 최첨단장비가 포함되며 이러한 장비들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전력을 공급하는 심장 역할을 하기 위해 배터리가 탑재된다.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배터리가 나사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아 우주시장까지 진출한 것이다. 이 회사가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6년간의 연구개발 노력과 해외 시장 개척 의지, 그리고 실패의 교훈을 통해 성장하는 ‘축적의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20여년 전 이 땅에 배터리 사업의 씨앗이 심어진 것처럼 지금은 4차 산업혁명 기반 사업들에 대한 씨앗이 준비되고 곳곳에 뿌려져야 할 때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자동차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반 사업들의 미래는 어느 기업도 ‘가보지 못한 길’이며 기존의 성공방정식에서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만 하는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 기업에 필요한 것은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해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진취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또 업계·학계 구성원들이 기업가정신을 고취하며 ‘축적의 시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격려와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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