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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수원월드컵경기장, 날개처럼 펼쳐진 지붕…'한국축구 비상' 염원하다

수원 월드컵경기장 전경. 비상의 이미지를 녹이기 위해 만든 지붕을 날개 모양으로 설계했다. 이를 이유로 수원월드컵경기장은 ‘빅버드’라 불리기도 한다. / 사진제공=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축구는 스포츠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조그만 공을 두 발을 이용해 상대편 골문으로 넣는 단순해 보이는 이 운동 종목은 인간의 말초 신경을 자극해 때로는 인생의 전부를 몰두하게끔 한다. ‘광기의 스포츠’ ‘축구가 곧 종교’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축구는 또 그 자체가 정치의 장이 되기도 하며 자본이 응축돼 있는 분야기도 하다. 정치인이 자기의 이름을 내건 대회를 만들거나(대표적인 것이 ‘박스컵’이다. 현재는 폐지됐다.) 특정 대회 및 선수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다라는 계산을 하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그만큼 인류의 많은 것이 녹아 있는 것이 바로 축구다. 국내에서 이런 축구의 상징적인 지역을 꼽는다면 아마 경기도 수원시 정도가 되지 않을까. 열광적인 관중, ‘수원삼성블루윙즈’라는 인기구단,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지성의 고향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수원은 ‘축구 수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한민국 축구 수도의 상징적 공간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살펴본 이유다.

힘찬 미래 향한 역동성 디자인

4만3,000개 좌석에 12가지색 입혀

파도처럼 출렁이는 응원 모습 구현

수원 월드컵경기장 내부 모습.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수원삼성블루윙즈 구단은 국내 최고 인기구단으로 꼽히며 많은 관중이 들어선다. 특히 경기장 북쪽의 서포터스는 카드섹션 등 다양한 응원방식을 도입해 국내 축구응원 문화를 선도했다는 평을 받는다. / 사진제공=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힘찬 미래를 향해 비상하는 경기장과 선수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수원 팔달구 우만동에 있다. 이 경기장은 연면적 9만7,268㎡에 4만3,288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됐다. 영국 런던을 연고지로 삼는 프로축구단 ‘첼시’의 홈구장 ‘스탬퍼드 브리지’가 4만1,631명 규모라는 점에 비춰보면 세계적으로도 결코 밀리지 않는 규모다. 이곳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를 치른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건립 당시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던 국제적 규모로 지어졌다. 이에 외부에서 보면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규모 하나만으로 이 공간을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이 경기장은 축구가 가진 역동성을 잘 살려낸 건물이다. 내부부터 그렇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기장 내부를 생각해보자. 대부분 스탠드(관중석)는 무미건조한 단색으로 뒤덮여 있다.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관중석도 한 폭의 대형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법하게 조성했다. 스탠드에 색채 그래픽을 도입해 경기장 관람석 4만3,000여개의 의자를 파란색·붉은색·노란색 등 12가지 색으로 모자이크 장식을 해뒀기 때문이다. 파도의 출렁이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축구에 대한 열기와 승리의 환호, 축구선수가 공중볼을 컨트롤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벽면에 나타낸 것이다. 스탠드 전체에 일종의 ‘벽화’를 그린 것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건물 구조에서도 역동적인 모습은 엿보인다. 경기장의 동쪽과 서쪽 관람석을 덮은 큰 날개 모양의 지붕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수원시와 선수들이 비상하고자 하는 의도를 건물에 녹이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비롯돼 수원경기장은 ‘빅버드(big bird)’라 불리기도 한다.





수원시민 자긍심 품은 ‘빅 버드’

삼성, 경기장 건립 지원 계획 철회하자

시민들 10만원씩 성금 모아 만들어



◇시민의 시민에 의한 경기장

빅버드는 수원 시민의 자긍심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건립 자체가 시민의 참여가 없었으면 만들어지기 힘들었을 곳이기 때문이다. 경기장 건립은 애초에 수원의 월드컵 유치 목표에서 시작됐다. 이에 삼성그룹이 수원에 축구단 창단을 결정했고 축구 전용 구장 건립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삼성이 경기장을 지은 뒤 20년 후 수원에 기부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당초 약속이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삼성은 계획을 철회하게 된다. 경기장 조성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뻔한 순간이다.

다시 불씨를 살린 것은 시민들이었다. 물론 시작은 관에서 출발했다. 심재덕 수원시장이 월드컵구장 ‘1인 1의자 갖기 운동’의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인 이들은 시민들이었다. 수원시민들은 1계좌당 10만원씩을 모았고 총 2만1,000계좌, 39억2,700만여원의 성금이 모금됐다. 현재 경기장 내에 2만1,000석에 달하는 관람석은 수원시민들의 ‘1인 1의자 갖기 운동’으로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기부자의 이름은 의자 뒤편에 부착해뒀다. 지금은 이들의 이름을 경기장 1층에 마련된 디지털 좌석검색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원 월드컵경기장 내부 모습. 많은 경기장의 스탠드(관중석)가 무미건조한 것과 달리 파란색, 붉은색, 노란색 등 12가지 색의 모자이크 장식을 해뒀다. / 사진제공=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빅버드의 12번째 주인공...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

축구에서 관중은 12번째 선수라 불린다. 그만큼 관중들은 선수들과 함께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열광적으로 뛰어간다. 특히 이 빅버드에서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이 ‘프렌테 트리콜로(Frente Tricolor)’라 불리는 수원삼성 서포터스다. 이들은 빅버드에서 경기가 열릴 때마다 북쪽 관중석을 가득 채워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고 관람객들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상대팀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2004년 세계적인 명문 클럽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이곳에서 수원삼성에 1대0으로 패했는데 당시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던 호나우지뉴는 한 외국 언론 인터뷰에서 수원의 응원이 심적으로 힘들게 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빅버드는 그래서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원삼성의 감독과 선수들이 서포터스에게 감사함을 자주 내비치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수원 서포터스는 1995년 12월 구단이 창단할 당시 국내 리그를 즐기던 ‘하이텔 축구 동호회’ 회원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하이텔 사이버윙즈 팬클럽’이 모태다. 이들은 점점 세력을 확장해나가며 현재 국내 최대의 서포터스 규모로 성장했다. 외국에서나 볼 법한 카드섹션 응원 등을 처음으로 적용하며 당시 치어리더 중심이었던 경기장 응원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도 받는다. 수원의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선수 중 한 명인 고종수(현 대전시티즌 감독)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어느 날 골대 뒤편에 서너 명의 팬들이 몰려와 북을 치고 응원을 시작했어요. 50명, 100명 하루가 다르게 서포터들이 늘어나더니 어느새 골대 뒤편 좌석을 가득 메웠습니다. 나는 K리그의 응원문화를 새롭게 바꾼 자랑스러운 팬들과 함께 커왔죠.” 이런 문화는 국내 스포츠 구단이 지역사회 시민과 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메가 이벤트들을 위해 지어진 국내 대형 건물들이 행사가 끝난 뒤 효용성을 잃게 되는 현실에 던져주는 시사점이기도 하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수원 월드컵경기장 외부 모습. 비상의 이미지를 녹이기 위해 만든 날개 모양의 지붕이 돋보인다. / 사진제공=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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