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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념 도구로 변색된 포털] 실검서도 이데올로기 대결...댓글·검색어 놓고 매일매일 음모론

■왜곡된 여론의 놀이터 전락

2000년대초 뉴스 '대문 화면' 선정부터 편향성 논란

기사 댓글 허용·공감수順 상단 표출이 대립 더 키워

北참가 싸고 '평화올림픽-평양올림픽' 실검순위 경쟁





지난 1월18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이버 댓글의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의 비판 댓글에 ‘공감’과 ‘비공감’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됐다. 북한만을 위해 불공평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하는 보수야당 지지층은 ‘공감’을 눌렀고 대북 대화 재개에 찬성하는 여권 우호 사용자는 ‘비공감’을 찍었다. 자동 프로그램(매크로) 사용이 의심됐지만 자체적으로 확인이 어려웠던 네이버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온라인 공간에서 여당 지지자로 유명한 ‘드루킹’이 저지른 범행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엿새 뒤인 24일에는 댓글이 아니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에서 ‘이데올로기’ 대결이 펼쳐졌다. 북한이 참가하기로 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두고 여당은 ‘평화올림픽’이라고 강조하고 보수야당은 ‘평양올림픽’이라고 비판한 것이 계기였다. 문재인 대통령 생일이었던 이날 여당 지지자는 오전1시19분 평화올림픽을 실검 1위로 끌어올렸다. 여당 지지층이 온라인에서 결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야당에 우호적인 사용자도 뭉치면서 평양올림픽은 오전3시24분 1위 자리를 빼앗았다. 실검 순위 싸움은 정현 선수의 호주오픈 8강 경기가 끝나는 오후까지 이어졌다.

16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035720))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한 여론 조작 의혹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이버가 2000년 5월부터 뉴스 검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당시 경쟁사였던 야후가 뉴스를 대문 화면에 편집해 노출하면서 인기를 끌자 네이버도 2001년 9월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다음 역시 ‘미디어다음’을 선보인다. 문제는 대문 화면에 내놓는 기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문 화면에 걸리는 기사의 조회 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기사가 나오면 개별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편향됐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댓글을 통해 기사 내용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댓글이 쏟아지면서 편향성 문제는 심화했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는 가장 많은 ‘공감’을 받는 댓글이 상단에 노출되는 기능이 도입되면서 여론 조작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높은 추천을 받는 댓글만 주목받는 것을 막기 위해 네이버는 ‘비공감’ 기능과 댓글 정렬 형태도 다양하게 도입했지만 자신 또는 지지하는 정치 세력의 의사를 띄우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간 개발자가 만든 댓글 통계 시스템 ‘워드미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네이버 뉴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사용자 ‘aks5****’가 댓글 20개를 올려 받은 총 공감 수는 2만1,306개이며 비공감 수는 9,653개로 나타났다. 댓글은 대부분 정치 분야에 집중돼 있어 이 사용자의 공감·비공감 수는 여야 지지층 간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경쟁 사이트인 다음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의 여론 표출 공간 ‘아고라’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정치·경제 분야에서 진보 이념을 표방하는 사용자가 주로 모여 게시글을 올렸고 뉴스 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았다. 다음 뉴스 서비스에 달리는 댓글이 주로 현 집권여당을 옹호하는 내용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좌음’이라는 편향적인 속칭을 붙이기도 했다.

명백하게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불법적인 내용을 담은 댓글은 포털 운영사에서 ‘임시조치’를 통해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실검 순위는 편향성을 방지할 만한 시스템조차 없다. 실제 평창올림픽·평양올림픽 실검 순위 다툼이 벌어졌을 때 네이버는 “인위적으로 걸러낼 수 없다”며 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특정 컴퓨터에서 검색어가 집중적으로 입력되거나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을 사용하는 등의 명백한 조작 행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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