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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IEW] ‘우리가 만난 기적’ 작가의 선택은 왜 김명민 아닌 고창석일까?

내 몸이 누군가와 바뀌거나 과거로 돌아간다면?

누가 이 질문에 호쾌하게 ‘아니요’라고 답할 수 있을까. 마음껏 갑질하며 살 수 있는 금수저로, 행복한 가족으로, 또는 꼬여버린 인생의 첫 단추를 다시 꿸 수 있는 순간으로 돌아가기를 꿈꿔보지만 그저 환상일 뿐이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너무 익숙해져버린 시대다. 현실을 탈출하고 싶으나 입시, 취업, 결혼, 출산, 내집마련 줄줄이 눈앞이 깜깜하기만 하다.

KBS2 ‘우리가 만든 기적’ 방송캡처




송현철B의 사정도 헬조선을 견뎌내는 우리 동네 아저씨들과 다르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행복한 내 가게를 운영할 부푼 꿈에 젖어있던 송현철B(고창석 분)는 자신도 모르는 대출 때문에 눈앞에서 기회를 잃었다. 그리고 이어진 교통사고.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그가 눈을 떴을 때 자신은 생면부지의 또다른 내가 되어 있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굴지의 은행 최연소 지점장이 된 성공한 나. 몸이 바뀌어버린 그는 가족에게 쉽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송현철A(김명민 분)의 가족에게는 정체를 의심받는 혼란에 처했다. 그에 못지않게 골치아픈건 직업. 중국집 주방장에게 은행 지점장 업무라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그림조차 그려지지 않는다.

16일 방송된 ‘우리가 만난 기적’ 5회에서 송현철은 자신의 대출문제를 일으켰던 장본인이 현재 몸의 주인이라는 사실에 분노했다. 송현철A의 여자관계에는 격노했다. 직원들에게 마음껏 자신을 욕하라고 판을 깔았다. 자신의 아이와 송현철A의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자 내 아이부터 챙겼다. 두 아내는 혼란스러워했고, 그사이에 낀 자신은 더 어지러웠다.

20부작 중 5회가 방송된 시점까지 ‘우리가 만난 기적’은 멍석을 깔았다. 슬슬 멍석 위에서 춤을 출 시기가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전개로 앞으로의 이야기까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 백미경 작가가 깔아놓은 설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색다른 관점 하나가 떠오른다. 그는 왜 주인공으로 송현철A가 아닌 송현철B를 선택했을까.



서로의 몸이나 신분이 바뀌는 설정의 장르물은 초반 두 인물의 캐릭터를 가볍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라인 곳곳에 웃음 유발장치를 쉽게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KBS2 ‘고백부부’는 물론 드라마의 원작 웹툰인 ‘한번 더 해요’, 흙수저 소년이 금수저 친구와 몸을 바꾸는 설정의 웹툰 ‘금수저’ 등 최근 등장한 작품만도 여럿이다.

KBS2 ‘우리가 만든 기적’ 방송캡처


반면 ‘우리가 만난 기적’은 과감하게 둘 중 하나의 캐릭터를 제거하고 출발했다. 현재까지 등장한 주요 배경이 집과 회사라는 점에서 유추하면 뻔하디 뻔한 ‘자기만 잘난 줄 알았던 주인공의 개과천선’ 이야기를 그리려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곰곰이 돌이켜보면 ‘고백부부’의 장점과 ‘김과장’의 장점이 떠오른다. 가족에 대한 소중함, 불합리한 갑질이 판치고 사람을 성과로만 분류하는 회사를 향한 강력한 한방. 정 많고 푸짐한 아저씨가 경직된 직장과 소통이 단절된 가족의 웃음을 찾아주는, 모두가 힘들어도 한번씩 웃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기상천외한 기적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가정에도 회사에도 분위기 메이커 한 명만 있으면 공기가 달라진다. 능력과 업무와 성격의 굴레에서 벗어나 한마디 말로 옆 사람을 하루종일 즐겁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닐까. 유능하지만 냉소적인 은행원보다 수더분한 중국집 아저씨의 얼굴이 필요한 시기다. 그 얼굴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기적이라고 작품은 이야기하는 듯 하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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