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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권도 설마했는데…'포스코 수장 낙마' 예외는 없었다

[반복되는 포스코 잔혹사…권오준 사퇴]

權 "포스코 100년 위해 CEO변화 필요" 결단에

"정권 압박 거세지자 스스로 물러나는 것" 해석도

외풍에 흔들리는 CEO리스크 우려 목소리 커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포스코의 새로운 100년을 위해 최고경영자(CEO)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그동안 포스코는 정권 교체 후 예외 없이 CEO가 중도 교체됐는데 이번 정권에서도 똑같이 ‘포스코 잔혹사’의 전철을 밟게 된 것이다.

권 회장의 사퇴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리더십’이다. 최근 창립 50주년 행사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비롯한 뉴포스코의 미래 비전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으며 다음 50년을 새로운 리더십에 맡기겠다는 것.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전경/사진제공=포스코




하지만 재계에서는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특히 최근 포스코 계열사에 대한 수사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권의 압박에 못 이겨 물러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권 회장은 이날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포스코가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CEO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젊은 분에게 회사의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퇴가 외부의 압력이 아닌 포스코를 위해 스스로 내린 결단임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권 회장은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4년 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구조를 개편해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산업을 키워 포스코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돼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최근에는 주변 지인들에게 사퇴 의사를 밝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이사들도 이날 사의 철회를 거듭 요청했으나 권 회장이 뜻을 굽히지 않아 후임 CEO 선임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주현 이사회 의장은 “격론이 있었지만 회장님이 오랫동안 생각하시고 결정을 내린 사의를 이사회에서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권 회장의 사의 표명은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간의 행보를 감안하면 쉬이 납득가지 않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초 연임된 권 회장은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꿋꿋이 지켜왔기 때문이다. 아직 임기도 2년이나 남았다. 지난달 31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포스코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CEO 얘기가 나오는데 포스코가 건전한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교체설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던 권 회장이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은 포스코에 대한 정권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검찰은 시민단체가 포스코건설 등 전·현직 경영진 7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황창규 KT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도 권 회장의 심경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실 권 회장 사퇴는 문 정부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권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데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도 계속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권과 결이 맞지 않은 권 회장이 자리를 오래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포스코 역대 회장들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하나같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창업 주역인 박태준 회장이 집권여당과의 불화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역대 회장들이 떠난 시기는 대부분 정권 교체기와 맞물린다. 4대 회장인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자진 사퇴했으며 유상부 전 회장(5대)은 노무현 정부, 이구택 전 회장(6대)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중도에 물러났다. 정준양 회장(7대)도 2008년 선임 때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불린 박영준 전 차관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뒤 2014년 초 박근혜 정부 때 불명예 퇴진했다. 이 때문에 2000년 포스코가 민영화된 후로도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흔들리는 포스코의 지배구조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병기·김우보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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