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오피니언  >  사내칼럼

[오철수 칼럼] 일주일에 우리의 운명이 달렸다

논설실장
남북회담 의제 종전·비핵화는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
단기 성과 조급증 내려 놓고
미북정상회담 가교역할 해야

[오철수 칼럼] 일주일에 우리의 운명이 달렸다

남북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남북 정상이 마주앉는 것은 지난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이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어서 이전 회담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종전(終戰)선언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지 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회담 결과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남북은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이 길이 순탄한 길이 될지, 아니면 가시밭길이 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회담을 둘러싼 변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의 단계적 평화정착 구상의 양대 축이다. 문제는 이 두 사안이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결코 분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남북관계 개선 없이 비핵화의 진전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또 비핵화 해결 없는 평화협정도 무의미하다. 여기서 우리의 머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은 최대의 장애물은 비핵화 이행 문제였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특사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비핵화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런데 비핵화는 매미 허물 벗듯이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디테일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면 곳곳에 ‘악마’가 숨어 있다. 우선 비핵화라는 개념부터 남북이 사용하는 의미가 서로 다르다. 우리는 이를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로 이해하고 있지만 북한은 미군 핵우산 제거 등의 의미로 해석한다. 이는 1993년 6월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이후 25년 동안 협상 테이블에서 되풀이했던 주장이다. 김 위원장이 정 실장에게 비핵화 용의를 밝히면서 언급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는 전제조건도 그런 의미다. 동상이몽이다. 이런 개념적 차이를 밝히지 않고 그냥 비핵화하자고 합의만 하는 것은 나중에 이행과 검증 과정에서 두고두고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북한이 핵 무기와 시설의 폐기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걸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고 검증할 것이냐 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없는 보상은 거부한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 해법을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북중 정상회담에서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비핵화 과정을 동결-봉인-사찰-불능화-폐기 등 여러 단계로 나눠 각각의 단계에서 보상을 해달라는 의미다. 이런 ‘살라미 전술’에 휘말리면 지난 25년간의 실패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앞으로 비핵화 과정이 얼마나 멀고 어려운 길이 될 것인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남북 차원에서 단번에 해결하기는 무리다. 미국과의 조율을 거쳐 매듭지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키려면 우리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남북 차원을 벗어난 세계적인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의지가 없으면 북핵 폐기도, 북한 체제 보장도 어렵다. 그런 면에서 정부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미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자체의 핵 물질과 시설을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름 성과다.

정부가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평화체제 논의 없이는 남북 간 군사적 위협도 제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핵화와 평화협정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아서 어느 한쪽만 지나치게 앞서가면 한반도 평화도 이룰 수 없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 전환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이어지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청와대의 구상은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단기 성과에 대한 조급증을 내려놓고 국민들의 안위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그런 정상회담을 해주기 바란다.
csoh@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D

시선집중

ad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