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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훼손 위험 노동이사제] 혁신 늦추고 기업 활력 떨어뜨려...먼저 도입했던 유럽선 폐지수순

文대통령 공약에 포함되면서

금융권 중심 도입 논의 활발

투자·M&A 빠른 의사결정 막아

IT등 변화 폭 큰 산업 주력삼는

한국형 자본주의엔 안맞아





국내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5월 당시 후보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100대 공약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포함하면서부터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공공 부문과 4대 재벌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민간기업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즉각 반응을 보인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조례를 개정해 서울연구원 등 투자출연기관 16곳(상시근로자 수 100명 이상)을 대상으로 근로자 대표 1~2명을 이사회 멤버로 포함시켰다. 이들 기관의 간접적인 ‘대주주’로 볼 수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사 상생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동 이사제 도입의 바통은 이후 금융권이 넘겨받았다. KB금융 노조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뒤 선임 안건을 지난해 11월 임시 주주총회에 올렸다. 사외이사 선임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25%가 주총에 참석하고 이중 과반수가 안건에 찬성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KB금융 노조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노조 측 제안에 대한 찬성률이 13.7%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도 자체가 완전히 무위에 그친 것은 아니었다. 국내 대다수 은행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KB금융 지분 9.8% 보유)이 당시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외국투자가들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정부의 은행 경영 간섭으로 해석해 리스크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올해도 노조의 공세가 거세게 이어질 텐데 어떻게 수습해나갈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최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단체교섭에 돌입하면서 ‘노동이사 선임 등 경영참여권 보장’을 올해 산별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사항에 포함시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민간회사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공적 기능이 강하기 때문에 준(準) 공공기관으로 취급되다 보니 노동이사제 논란에 가장 먼저 휘말렸다”며 “향후 금융권의 도입 향배에 따라 삼성 등 대기업에도 노동이사제가 전격 도입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금융권에도 노동이사제가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형 기업 자본주의에 노동이사제는 ‘어울리지 않는 옷’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이사제의 ‘원조’로 잘 알려져 있는 독일에서조차 알리안츠·포르셰·바스프(BASF) 등이 노동이사제를 포기하고 유럽연합(EU)의 법체계를 적용받는 유럽주식회사(SE)로 변신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 기업은 전통적으로 주식시장이 아닌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시장 중심 금융제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며 “최근 경제 위기에 빠진 EU 국가들은 근로자 경영참가를 자진 폐지 또는 축소하면서 근로자 경영참가를 회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조인 유럽에서 이미 실패한 제도를 국내에 도입해서는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근로자 이사제를 도입할 경우 기업들이 투자나 인수합병(M&A)에서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해 혁신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보기술(IT) 등 변화의 속도와 폭이 큰 산업들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기업 활력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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