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만파식적]하동 녹차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쌍계사 일대의 봄은 벚꽃 길 못지않게 유명한 곳이 있다. 바로 경사로를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는 전통 녹차 밭이다.

화개면 일대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차 재배가 시작된 곳이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흥덕왕 3년 김대령 공이 중국에서 차 씨를 들여와 지리산 자락에 심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곳이 화개면 일대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쌍계사 같은 유명 사찰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교문화가 번성하고 사찰에 차를 공급하기 위한 차 농업도 활기를 띠었다.

화개면 일대는 차 재배와 관련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리산 남쪽에 자리 잡고 있어 볕이 잘 드는데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산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섬진강 지류인 화개천에서 올라오는 안개는 차밭에 넉넉한 수분을 공급해준다. 독특한 것은 화개면 일대 차밭 풍경이다. 가지런하게 정돈된 전남 보성이나 제주 차밭과는 다르다. 경사지 바위나 돌 틈에서 자연스럽게 숲을 이루고 있어 마치 야생 군락지처럼 보인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연의 일부로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전통 재배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차의 본고장답게 화개면에 있는 도심다원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도 있다. 수령이 1,000년을 넘는다고 한다.



화개 차에 대한 예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조선 후기 대선사로 우리나라 다도(茶道)를 정립한 초의선사는 ‘부서진 돌 사이에서 자란 차를 으뜸’으로 꼽으면서 ‘화동 하개동의 차밭은 온통 자갈로 된 골짜기’라고 칭송했다. 고려 시대 명문장가인 이규보 역시 차 애호가였다. 무인정권 당시 최대 재력가였던 정안으로부터 화개에서 재배된 햇차를 선물로 받은 그는 이를 ‘신선의 차(仙茶)’로 표현하며 손수 시로써 고마움을 전할 정도였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개최한 국제포럼에서 하동 화개 차 농업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FAO가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농업시스템과 생물 다양성, 전통농업지식 등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그런데 이처럼 문화적 가치가 높은 화개 전통차 농업 역시 노령화와 노동력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화개 전통차 농업이 오래 계승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정두환 논설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