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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신사업 포기해선 안돼"…마지막까지 '脫철강' 당부한 권오준

본지 기자에게 밝힌 권오준 회장의 소회

철강 수출길 좁아져 새먹거리 필요한데

'역점' 리튬 사업 제동 걸리나 우려

원자재서 추출 최소 2년 내 100% 가능

포스코 미래위한 설계 무너지지 않기를





“리튬 사업은 지금 잘되고 있고요. 앞으로도 잘될 것입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이틀이 지난 20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후임 회장 선임 때까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출근하던 권 회장은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마지막 소회를 털어놓았다.

정권이 바뀌면 포스코 회장도 바뀐다는 불문율은 권 회장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차기 회장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앞서 물러난 회장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 권 회장이 등 떠밀리듯 회사를 떠나고 나면 취임 초부터 역점 사업으로 꼽고 추진해온 리튬 사업 동력도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권 회장의 이날 발언은 성장판이 닫혀가는 포스코를 위해서라도 리튬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호소에 가까웠다.

한 달 전 창립 50주년 행사에서도 “포스코가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철강만으로는 갈 수 없다”며 “철강에서 돈 벌듯이 다른 사업에서도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권 회장이었다. 포스코의 ‘허리뼈’ 역할을 해왔던 철강 산업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였다. 철강 공급 과잉을 주도하는 중국이 포스코의 앞날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물량을 밀어내자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수출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안으로 눈을 돌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강재 소비량은 5,640만톤으로 지난 2015년 5,580만톤, 2016년 5,710만톤에 이어 5,500만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요 수요 산업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한 점은 권 회장의 시름을 더 깊게 했다. 호황기 때 공장 앞에 줄을 서 기다리며 앞다퉈 물량을 떼가던 조선 업체들은 여전히 기나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건설 경기도 한풀 꺾인데다 자동차 사업마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국내 수요를 떠받치던 다른 축도 흔들리고 있다.



신사업 필요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권 회장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리튬이었다. ‘하얀 석유’라고도 불리는 리튬은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2차전지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바뀌면서 리튬 수요 역시 2년 새 가격이 배로 뛸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일찍이 가능성을 알아본 각국이 리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조바심을 내지 않고 기반부터 다져온 권 회장이었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신사업에 뛰어들다 고배를 마셨던 일들을 뜯어보면 기술이 없는데 사업에 뛰어든 게 화근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품을 만들어도 원가가 오르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리튬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 “남들이 갖지 못한 고유기술을 먼저 개발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 배경이다.

2010년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일 때부터 리튬 직접 추출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한발 앞선 노력 끝에 포스코는 2012년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시간을 12개월에서 8시간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확보한 기술로 남미 칠레 마리쿤가, 아르헨티나 카우차리 소금호수에서 시험생산해 품질을 입증하는 데도 성공한다. 지난해에는 광양제철소에 폐전지에서 리튬을 연간 2,500톤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가동하는 성과도 거뒀다. 권 회장은 “원자재에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은 90% 정도 완성한 상태다. 2~3년 내에 100%에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권 회장은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원자재가 많은 남미를 5년 사이 열 번도 넘게 다녀왔다. 포스코가 올해 2월 삼성SDI와 함께 한국 기업 사상 처음으로 칠레에서 대규모 리튬 프로젝트를 따낸 것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전달에는 호주 광산개발 기업 필바라에 1,350억원을 투자해 리튬 광석을 확보하는 장기계약을 맺었다.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리튬 14만톤 양산과 매출 2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한다.

이미 회장직을 내려놓기로 한 권 회장이 마지막까지 리튬을 언급한 이유다. 자신이 떠나더라도 리튬으로 쌓아올린 공든 탑이 여기서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회장을 갑자기 내려놓은 데 아쉬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어떻게 살겠느냐”며 애써 웃어넘겼다. 대답 후 잠시 멈춰 고개를 떨구던 권 회장은 이내 집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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