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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4차 산업혁명, 건설생산 구조 혁신부터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




런던의 명물 블랙캡 택시기사들의 대대적인 시위가 있었다. 값싸고 편리한 우버 택시의 등장으로 생존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범택시와 유사한 블랙캡의 운전자격은 2~3년간 평균 12번 정도의 시도 끝에 극적으로 합격증을 거머쥘 수 있는 합격률이 낮은, 우리나라 고시만큼 어려운 시험이라고 한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친 블랙캡들은 비싼 택시요금을 받고 억대 연봉 수준의 소득을 올린다. 하지만 진입 장벽만 믿고 혁신을 게을리하다 보니 신개념 서비스를 장착한 우버에 점차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건설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건설산업은 청년의 유입이 없는 3D산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예산 축소 등 성장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국내 우수 기능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대부분 외국인들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난주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해 ‘건설산업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혁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5월께 발표한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혁신위원회가 다룰 주제는 많지만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은 건설산업 생산구조 개편일 것이다. 지난 1975년 전문건설업이 도입돼 종합건설업자와 전문건설업자로 이원화된 생산체계가 구축된 후 40여년간 큰 틀이 유지되고 있다. 전체 건물은 종합건설업자가, 내부의 세부 전문공정은 전문건설업자가 해야 한다는 칸막이 식 규제가 확고히 자리를 잡아왔다. 물론 영업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효율적이고 유연한 생산체계 구축을 저해하고 건설업체 간 제로섬의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



이미 10여년 전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도 혁신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건설생산 구조는 건설업체 간 이해관계가 고착화돼 있고 워낙 첨예하게 대립해 개혁이 지지부진했다. 건설업체 간의 건설물량 배분과 연관돼 있어 이익 균형점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생산구조의 혁신보다 대개는 사회적 약자 보호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갈등만 유발하고 한 발짝도 못 나간다.

그러면 대안은 하나뿐이다. 건설업체 간 이해타산을 계산하지 못할 정도로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건설업계가 생산구조 개편에 따른 이득을 알 수 있는 순간부터 개혁은 강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또한 업계 간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오로지 생산구조 혁신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울러 건설생산 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 발주자·건설업계 등 관련 당사자들에게 사전 설명을 하고 충분한 적응기간을 부여해 시장혼란과 부작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번 건설산업혁신위원회에는 발주자·건설업체·전문가·시민단체 등 건설과 관련한 모든 주체가 참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생산구조 개편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의지도 높다. 건설업계가 혁신위원회에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다. 더 이상 미루다가는 한국 건설업의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 구조개편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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