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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지속적 원전수출의 성공조건

사우디·英 등 잇단 원전 발주

한국 원전 새로운 도약하려면

금융능력·미래기술 확보 시급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우리 원전 업계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예비사업자 명단에 우리나라가 포함될 것 같고 영국 원전 수출도 무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우디 사업은 1,400㎿급 원전 2기의 신규 건설을 위한 120억달러대의 투자 프로젝트다. 한국전력을 비롯해 프랑스·중국·미국·러시아 등이 경쟁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60개 정도의 세계 신규 원전 수주 경쟁은 우리를 포함한 이들 국가 간에 이뤄질 것 같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원전 국제경쟁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로 국리민복을 위한 수출전략을 새로 다듬을 때다.

사실 우리나라의 원전 사업 경쟁력은 지난 50년간 특혜성 정부 지원에 따른 것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전체 발전량의 40% 수준을 원전에 우선 배정했다. 원전기기 및 부품 생산의 전 주기적 구축 지원도 있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비교적 충분했고 미국 스리마일, 일본 후쿠시마 등 원전사고에 따른 악영향도 차단됐다. 이에 따라 세계 수준의 기기조립 및 시공능력(속칭 온 타임 온 버짓) 확보가 가능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이 바로 그 산물이다. 건설단가(㎾당 1,500달러 수준)는 중국보다도 낮고 선진 경쟁국들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장기 특혜 성장은 항상 비효율을 동반한다. 원전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훼손한 각종 부정적 외부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원전폐기물 처리와 사고 복구 비용, 품질관리 미흡과 전력 시스템 왜곡 등 모든 외부효과를 반영하면 원전의 경제성이 저하된다. 심지어 신재생 기술혁신과 디지털 경제의 확대로 기존 원전의 점진적 소멸 주장도 나온다. 사실 지금 세계 신규 발전설비의 절반 이상이 신재생이다. 그리고 2020년부터는 신재생의 경제성이 가장 우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국제기구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사조건 등의 자연환경과 토지 확보, 설비 수입 비용 등에서 불리한 점이 많아 신재생 주도 시대가 세계 추세에 비해 늦을 것 같다. 따라서 국내 원전과 신재생 중 어느 일방의 압도적 우세는 당분간 없을 것 같다. 이런 점에서 탈원전 논란이 원숙한 에너지환경정책으로 바뀐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다.

그런데 요즈음 원전 관련자들이 무조건적 원전 수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집단이기주의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들이 특혜 수혜자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경수로기술의 예상수명은 길지 않다. 신규 발주는 약 30년 안에 종료될 것 같다. 미국 등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소형-모듈형 원자로 개발이 실용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저성장-분산전력 시장에 적합하고 신재생과의 공생도 가능하다. 더욱이 우리는 원전 수출에 필수적인 금융조달 능력이 부족하다. 결정적 약점이다. UAE 원전 수출의 경우 지급보증능력 부족으로 최종 계약이 5년쯤 지연됐다. 우리 대신 UAE 재무부가 자국 원전회사에 지급 보증을 했다. 우리는 이득 감소를 수용했다. 예컨대 기대 투자수익률이 16%에서 10.5%로 줄었다. 환율 변동, 안전기준 변화 등으로 원전 수출 위험이 상상 외로 커질 수도 있다. 결국 ‘남지 않는’ 원전 수출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상적 금융조달과 미래 원전기술 확보가 가능한 경우에만 원전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중국에 대응해 서방세계의 에너지 자립 주요 수단인 우리 원전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금융능력과 미래기술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성장쇠퇴기에 접어든 기존 원전의 수출 이득 감축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원전과 신재생의 상생을 통한 새로운 이득 창출 전략의 도입이 불가피하다. 원전 수출만이 ‘남는 장사’가 아니다. 국내외의 균형 이득 창출 없이 대폭적인 원전 수출 지원은 불가능하다. 관련 경제주체들의 미래지향적 개혁조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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