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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문' 앞에선 한반도] 美 "CVI D 구체조치 없인 제재 계속"...靑은 단계적 처리 선호

■한미 '북핵동결' 미묘한 입장차

백악관 "북한 말 곧이곧대로 믿지 않아" 신중론 고수

중재역할 文대통령은 성공적 회담 위해 유연한 접근

전문가들 "이견 노출땐 협상력 떨어져 물밑조율 필요"





지난 21일 북한이 발표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의 조치에 대해 한미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나타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핵 동결’로 규정하고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라 평가한 반면 미 백악관은 “북한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로드맵 작성, 실제 이행 과정 등에서도 한미 간 이견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입장 차가 외부에 표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물밑조율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은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핵 동결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라며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발표가 있던 21일에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발언한 때와 비슷한 시각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완전하고 전면적인 비핵화(CVID)를 향한 구체적 조치가 취해지는 것을 볼 때까지 최대 압박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구체적 조치 이전에 대북제재 해제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 과정에서 순진하지 않다”고도 했다. 북한의 발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결론을 도출하기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아 있다”고 한 데 대해 명확한 부연설명을 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은 북한에 ‘말만 하지 말고 행동을 취하라’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가능성도 일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는 풍계리 핵실험장도 폐쇄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도 중지했으니 미국도 성의 표시를 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봤는데 미국이 이를 단칼에 잘라버린 셈이다.

북한의 발표와 이어진 한미 반응은 남북미가 진행 중인 ‘신경전’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과거의 핵’ 폐기는 언급하지 않고 일종의 ‘미끼’를 던져 미국이 제재 완화 의사가 있는지 반응을 살폈는데 미국은 즉각 반박하며 ‘비핵화 없이는 보상도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문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분석이다.



어찌 됐든 한미 간 북한의 발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미세하게 엇갈리며 앞으로의 ‘본게임’에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도 비핵화를 위한 회담임을 잘 알고 있지만 회담을 코앞에 두고 부정적 언급을 할 수 없어서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진행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경제제재와 관련해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조치 이후에나 풀어줄 수 있다고 할 것”이라며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청문회에서 봤듯 미국은 ICBM 등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제거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는 중·단거리미사일도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간 이견이 외부에 노출되면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물밑에서 철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관광 중 사고로 북한의 한 병실에 누워 있는 부상자들의 치료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중국인 32명이 숨지자 이례적으로 평양의 중국대사관을 찾아 위로의 뜻을 전하는 등 남북·북미 회담을 앞두고 ‘중국 보험’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22일 저녁 북한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로 중국인 32명, 북한 주민 4명이 숨지자 김 위원장은 23일 오전6시30분 평양의 중국대사관을 방문했고 중국인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까지 직접 찾았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외국인 교통사고 때문에 현지 외국 공관을 새벽부터 찾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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