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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한국 디자인의 힘

성윤모 특허청장

성윤모 특허청장





필자는 해외 출장 때마다 한국 디자인의 힘을 느낀다. 공항과 거리의 광고 속 자동차,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회의장·호텔에 걸려 있는 얇은 테두리의 모니터 등 우리 디자인은 어디에나 있다. 프랑스의 유명 핸드백이 서울 거리에서 3초에 한 번 보인다고 ‘3초 백’이라고 부른다는데 해외에서 만나는 우리의 3초 제품도 많다.

지난 1948년 한복을 장식하는 ‘반휘장 옷고름’이 디자인 1호로 등록된 이래 우리 디자인은 짧은 기간에 성공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1940년대면 영국은 정부 주도로 ‘굿디자인 운동’을 논의할 때고 미국에서는 매끈하게 스타일링된 유선형 자동차가 활발히 팔리던 때다.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우리는 어느새 세계 2위의 디자인 출원 국가로 올라섰다. 디자인 출원을 주도하는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특허청과 함께 ID5(Industrial Design Forum 5) 회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세계 디자인의 빅5인 셈이다.

우리 디자인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정부가 디자인의 산업적 가치에 주목한 것은 1970년대다. 한국디자인포장센터를 설립하고 세계 최초로 ‘디자인포장진흥법’을 만들며 디자인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드라이브는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시작됐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산업자원부는 ‘산업디자인과’를 설치하고 ‘디자인진흥 5개년 계획’을 세우며 디자인이 혁신의 원동력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기술개발에만 지원하던 연구개발비를 산업디자인에 지원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기업도 앞다퉈 디자인 경영을 천명했다. 기술을 포장하는 수단이 아닌 기업 혁신전략으로 디자인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후 와인잔 모양의 ‘보르도’ TV, 파란 액정으로 노키아와 차별화했던 ‘애니콜’ 휴대폰 같은 글로벌 밀리언셀러 디자인이 쏟아졌다.

제도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05년 ‘의장법’이라는 어려운 한자어를 ‘디자인보호법’으로 바꾸고 제도 정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2010년에는 세계 최초로 3차원(3D) 도면을 제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EU에서는 2015년에야 도입한 제도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움직이는 아이콘이나 PC용 글자체를 디자인 권리로 보호하는 등 시대를 앞서 가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올 11월 서울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디자인의 미래’를 주제로 ID5 회의가 열린다. 회의의 주요 논의 내용은 사실상 디자인 보호제도의 국제규범이 된다. 때를 같이해 개최되는 ‘한국 상표·디자인주간’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과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펼쳐질 것이다.

한국이 ID5 의장국인 올해 필자는 디자인 관련 국제규범 형성을 주도하면서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디자인 정책·제도 발전에 중점을 둘 것이다. 우리 디자인은 70여년 전 반휘장 옷고름으로 다소 늦게 출발했지만 이제는 혁신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세계 곳곳에서 우리 국민 모두 한국 디자인의 힘을 1초마다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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