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 84위 액티비전 블리자드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게임ㆍ엔터테인먼트의 거물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판타지로 가득 찬 세상에서, 실생활의 기술을 습득하고 자유롭게 커리어를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최고 인재들을 유치하고 있다. BY ANDREW NUSCA



환상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순간 불현듯 다가온다. 그 환상은 신맛이 진한 회사 커피를 세 잔 째 마시고, 하루 중 다섯 번 째 미팅에 막 참여하려는 어느 순간 뇌리를 스칠 것이다. 당신은 바로 앞에서 해안선을 따라 초록빛 산맥 기슭에 위치한 환하게 빛나는 마을을 보게 될 것이다. 익숙한 형광등, 베이지 색 벽, 회색 패치워크 카펫 대신 수레국화로 가득 찬 하늘, 춤추는 야자나무, 바다 수평선에 반사된 호박 색 태양이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빠져들어가 보라. 악당들이 패배하고, 영웅이 탄생하고, 전설이 깨어나는 마법과 기적의 공간이 바로 그 곳에 있다. 더 많은 것을 꿈꿀 수 있는 이 공간이 바로 어바인 Irvine에 위치해 있다.

이 공간은 다름아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라는 왕국이다. 이 곳은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로 알려진 캘리포니아 대제국의 일부분이다. 천천히 열리는 보안문을 지나 펼쳐지는 이 세상은 대부분의 ‘기업 시민들’이 꿈꾸는 공간이다.

콘크리트 길로 이어진 입구를 지나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면, 늑대를 탄 오크가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계속되는 전투에 분노한 오크는 잔뜩 얼어붙은 우거지상을 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얼굴 없는 대천사 티라엘 Tyrael을 만나게 된다. 이 천사는 14피트 공중에서 손에 검을 쥐고 지옥의 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있다. 성역(Sanctuary)과 젠 덴 Zen Den을 지나, 치품천사/*역주: 구품 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천사/의 건너편 길고 어두운 복도 끝에는 도서관이 있다. 철과 목재로 된 도서관 정문을 열면, 책과 게임들이 행렬을 이루고 있다. 바로 이 곳에서 당신은 로어마스터 Loremaster를 만나게 된다. 로어마스터는 왕국에 대한 이야기를 보호해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는 임무를 지닌 남성과 여성이다. 그들은 손을 꼭 움켜쥔 채, 큰 목재 테이블 주위에 앉아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560억 달러 가치를 지닌 이 회사에서 ‘로어마스터’는 실재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은 업무다. 액티비전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연 매출이 (전년 대비) 6% 증가해 올해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회사에 따르면, 월간 활성 사용자가 3억 8,5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새 도전은 수익성 있는 사업 부문의 성공사례를 잘못 반복할 위험을 안고 있다. 한 때 비디오 게임 왕국에만 머물러있던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현재 책과 영화, 장난감 뿐만 아니라 e 스포츠까지 망라하고 있다. 직원들이 때때로 A-B라 부르는 동명의 사업부 외에도, 회사는 2015년에 멀리 런던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회사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킹 King이라는 업체-캔디 크러시 Candy Crush 같은 신종 모바일 게임을 만든 회사다-를 인수하기 위해서였다.

로어마스터의 역할은 이런 모든 활동이 진행되는 중에도, 블리자드의 전설적인 워크래프트 Warcraft, 스타크래프트 StarCraft, 디아블로 Diablo가 제국 내 다른 일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 유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로어마스터들이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 왼쪽부터 션 코프랜드, 크리스티 쿠글러, 저스틴 파커.




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부담은 숀 코프랜드 Sean Copeland와 저스틴 파커 Justin Parker, 견습사원 크리스티 쿠글러 Christi Kugler가 짊어지고 있다. 코프랜드는 전임자의 말을 요약해 “사내 다른 던전 마스터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던전 마스터/*역주: 게임 어드벤처물의 기획자들이 경이로운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리자드의 선임 에디터이자 로어마스터와 주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는 로버트 심슨 Robert Simpson은 “ 재즈 뮤지션의 얼굴에 난 모든 상처에는 모두 그만한 사연이 내포되어 있다”고 말했다. 사소한 디테일에도 모두 사연이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와 비연속성조차 믿음을 깨뜨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어마스터의 근속연수는 매우 긴 편이다. 파커는 19년, 코프랜드는 11년, 견습사원 쿠글러도 3년을 근무했다. 물론 이들만 그렇게 특이한 건 아니다. 블리자드 곳곳에선 근속 연수를 기념하는 축하 맥주잔과 검, 방패, 반지, 그리고 종종 (배틀마스크 같은) 배의 조종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액티비전의 복도도 비슷한 기념품들이 장식하고 있다.

이 조직의 사람들은 주저 없이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영원한 태양’과 ‘야자나무’가 한 몫을 한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위대한 용사들이 어디에나 있다. 많은 캠퍼스 빌딩의 입구에 우뚝 선 게임 캐릭터 동상들이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이 이 회사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직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일상의 자유다. 열정은 보상받고, 창의적인 담론은 장려되고, 탁월함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평가 받는다. 1991년 액티비전 왕국을 공동 창업한 마이크 모하임 Mike Morhaime은 “블리자드 문화 중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것 중 하나는 다른 의견을 적극 수용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프로 e스포츠 협회 오버워치 리그Overwatch League의 네이트 낸저Nate Nanzer 커미셔너(총재)는 “정말로 훌륭한 문화는 건전한 토론을 장려한다”며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이 뛰어나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그들이 훌륭한 일을 해낼 것이고,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일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낸저는 블리자드에서 3년 반 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그의 커리어 경로- e스포츠 부문에 뛰어들기 전, 리서치와 컨슈머 인사이트 그룹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규모가 더 큰 액티비전 블리자드 제국에선 흔한 것이다. 많은 직원들은 자신들의 다재다능함이 보상받을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지원한다. 대학에서 무대를 전공한 브랜디 스타일스 Brandy Stiles는 11년 전 합류해 품질보증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워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 에 애착이 있던 그녀는 현재 워드 오브 워크래프트 애니메이션 그룹의 장비 및 캐릭터 시뮬레이션 팀을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그녀는 “많은 직원들은 초보 업무부터 시작한다. 그 후 사내에서 관계를 쌓고, 동료의식을 배우고, 끊임없는 실습을 거치면서 자신에게 맞는 자리와 지위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어두운 색의 헤비메탈 스타일 더벅머리를 한 전설적인 아트 디렉터 샘 디디에 Sam Didier는 1991년 블리자드에 합류했다. 그는 회사의 인재 관리와 개인능력 개발에 충분한 장점이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디디에는 “우리 팀의 모든 프로듀서들은 고객 서비스, 청구 업무, 혹은 품질 보증이나 그 외 팀에서 온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전투 피로증 같은 증상들을 실제로 호소한다”며 “그래서 때로는 새 미션에 착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액티비전으로부터 북으로 50마일, 킹으로부터 동으로 5,400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이런 접근법은 유효하다. 콜 오브 듀티 Call of Duty 시리즈로 알려진 액티비전의 인피니티 워드 스튜디오 Activision’s Infinity Ward studio를 이끄는 데이브 스톨 Dave Stohl은 “우리는 소규모 팀으로 일할 때의 장점과 느낌, 재미, 그리고 보다 넓은 네트워크가 갖는 인재, 지식 및 기술의 장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킹을 이끌고 있는 ‘군주’ 리카르도 자코니 Riccardo Zacconi는 런던에서 가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를 더욱 쉽게 설명했다. “학습곡선이 평평해지면, 다시 배워야 한다.”

제공되는 교육은 검술을 포함해 조각, 영화대본 쓰기, 요리, 역도, 리더십 등으로 어바인과 동일하다. 은백 색 머리를 한 애니메이션 팀의 캐릭터 모형제작자 제시카 존슨 Jessica Johnson 은 “예술이 됐든, 언어가 됐든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수업을 듣는다”며 “궁극적으로 업무에 도움이 되는 분야를 연습하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양이 지면서 테라코타 색으로 물든 빛이 내리 쬐고 있다. 이제 실제 세상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는 미팅들을 마주할 시간이다. 이 환상적인 공간의 제왕인 보비 코틱 Bobby Kotick을 만나 이야기 할 시간이다. 그는 ’왕 중의 왕‘으로 이 제국을 27년동안 지배해왔다. 그는 왕국이 폐허 직전의 모습에서 위대한 왕국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이 사람들을 끌어들였는지도 잘 알고 있다.

또 다른 문을 지나 긴 복도 끝에 제왕이 기다리고 있다. 푹신한 왕좌에 앉아있는 그의 어깨 너머로 야자나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당신은 그에게 사람들이 왜 이렇게 행복한지를 묻는다. 당신은 앤디 시먼즈 Andy Simonds라는 한 시민이 앞서 표현한 것처럼, 어떻게 이 곳에선 계속 “사람들이 관심 갖는 멋진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는지 묻는다. 당신은 또 다른 시민 줄리 파바닉 Julie Farbaniec이 말했던 것처럼, “격식을 갖추지 않고도”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했는지 묻는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코틱은 눈을 반짝거리며 “우리의 목적은 하루하루 더 재미있게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고로 일하기 좋은 곳을 만들지 못하면서 최고로 좋은 성과를 바랄 순 없지 않은가?”. /번역 한주연 Claires.dailyproject90@gmail.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