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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경협 '과실' 챙기고 약속 깨기 일쑤...섣부른 제재완화 안돼

■갈등을 넘어 공존의 길로

<3> 경협은 비핵화 담보 돼야

남측 성급하게 경협 논의 나설땐 국제사회와 갈등 우려

현금 오가는 경협되려면 충분한 IAEA 핵사찰 필수조건

'개성공단 악몽' 재연 안되게 냉정하고 정교한 협상 필요

이낙연 국무총리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남북 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를 방문해 시설물을 둘러보고 있다. 27일 남북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국내외 취재진 2,833명이 프레스센터에 사전 등록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2월11일 밤. 우리은행 개성지점 직원들은 긴장감 속에 기민하게 움직였다. 점포 업무 자료 중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 관련 중요한 부분만 서둘러 백업하고 현금과 귀중품을 다급하게 챙겼다. 하루 앞서 박근혜 정부가 갑자기 발표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의 충격이 컸지만 직원들은 일단 철수 디데이를 13일로 정하고 3일간 점포 정리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우리 측의 가동 중단에 대해 북한이 남측 인원 추방으로 맞섰다. 결국 우리은행 직원들은 그날 밤 도망치듯 개성을 빠져나왔다.

그로부터 2년 2개월. 남북이 27일 11년 만에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 논의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포함, 남북경제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물론 물류·건설·에너지 등 경협 수혜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비무장지대(DMZ) 주변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경협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에 날 선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과거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빌미로 경제적 지원만 챙기고 한반도를 다시 핵 위험으로 몰아넣었던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닌데다 실질적 경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역대 최고 수위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수위 조절 논의가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완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북한의 성실하고 진정성 있는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경협 재개가 요원한 상황이다.

남성욱 고려대 외교통일학부 교수는 “경협의 전제조건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라며 “무엇보다 현금이 오가는 수준의 경협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충분한 핵 사찰이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은 현재 강도 높은 경제제재의 영향으로 원유 등 에너지 자원 수급 문제와 고질적인 전력 부족을 겪고 있어 향후 비핵화의 조건으로 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퍼주기 논란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고 정교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통일 지상주의 교육을 받은 고연령층과 달리 통일 인식이나 민족 정체성 등이 낮은 젊은 세대는 북한에 유리한 경협이 진행될 경우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경협을 서두를 경우 국제사회와 마찰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가 미리 경협 관련 논의를 시작하고 의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며 “유엔 제재가 풀려야 가능한데 섣불리 꺼냈다가 미국·유엔과 갈등 요인만 만드는 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 핵심 요인 중 하나가 국제사회가 단일대오로 밀어붙인 제재라는 평가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실질적인 조치를 보여주기도 전에 우리 정부가 앞장서 제재를 허무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신 연구위원은 “경협을 얘기해야 한다면 북한이 포기해야 할 것을 전제 조건으로 확실히 내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급한 경협 재개로 기업인들이 또다시 수렁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개성공단 등 기업인들은 북으로 향하는 길이 다시 열리기를 기대하면서도 2년 전 악몽이 재연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개성공단 등 경협이 들어가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쉽긴 하다”며 “하지만 북한도 경제 발전에 주력한다고 하니 재개 분위기는 충분하다고 보고 희망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언젠가 재개되더라도 두 번 다시 갑작스러운 중단으로 기업인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꼭 마련해달라”며 “또한 나중에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경협의 연속성은 보장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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