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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촌놈 됐다구요? 촌富 됐어요!

특이 품종, 스마트하게 키우고 SNS로 팔아요







전북 장수가 고향인 송상희(39)씨는 다들 그러듯 서울에 정착했다. 성인이 되자마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배달 일부터 어묵 장사, 마케팅 대행업, 심부름센터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말 밤낮없이 일했지만 삶은 여전히 고됐다. “로봇처럼 일해도 벌이는 적고 소득이 좋을 때도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속고 속이는 일들에도 염증이 났고요. 이렇게 계속 사는 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고민 끝에 송씨는 지난 2015년 서른여섯 살의 젊은 나이에 고향으로 귀농했다. 부모님은 “농사가 쉬운 줄 아느냐”고 반대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농사는 적어도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열매를 돌려줄 것 같았고 물 좋고 공기 좋은 환경은 스트레스를 덜어줬다. 아이템은 초석잠·까마중 등 희귀 약초로 잡았다. 초석잠은 뇌 기능을 활성화시켜 치매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아직 시장이 크지 않지만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대량생산 전략으로 공략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첫해 농사는 망했다. 생산량이 사실상 ‘0’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농사의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는 등 절치부심한 끝에 두 번째 해에는 파종 대비 수확량이 60% 정도로 늘었다.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 온 지역 주민들의 조언과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배운 내용을 적절히 버무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시도도 곁들였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농기계를 직접 만들어 농사에 활용하기도 했다. 수확이 어느 정도 되자 대량 생산 전략이 빛을 발했다. 다른 사람보다 싸게 팔 여력이 되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 것이다.

판매는 젊은 감각과 도시에서 쌓은 경험이 도움이 됐다. “도시에서 주로 하던 일이 마케팅이다 보니 판매는 자신 있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스토어팜 등을 통해 주로 팔았는데 사진도 보기 좋게 잘 찍고 상품설명도 상세하게 적어넣었죠. 주기적으로 무료·세일행사도 하니 금세 고객들이 불어났습니다.” 결국 귀농 3년차인 지난해 6,000만원의 수익을 내는 성과를 거뒀다. 송씨는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재배한 약초를 티백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큰 성공 사례가 없는 6차 산업을 개척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초석잠·까마중·다육이…차별화 아이템으로 승부

인터넷·페이스북·트위터 등 통해 판로 개척 나서



스마트팜 적용도…“농업은 블루오션” 한 목소리



37세의 박재민씨도 ‘청년 농부’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씨는 대기업 요리사로 일하다가 2013년 서른두 살의 나이에 경남 함안에 농사를 지으러 왔다. 그는 몇 년의 시행착오 끝에 주력 재배 품종을 선인장과 같은 다육이로 잡았다. 국내에서 생산이 많지 않은 틈새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박씨 또한 인터넷으로 판로를 개척했는데 그 과정에서 중국 수출길이 있음을 발견하고 대량으로 모종을 구해 준비했다. 박씨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중국인들의 유행을 파악해 그에 맞는 식물을 키우는 전략을 썼다”며 “이후 일본 수출길도 확보했는데 좀 더 고급스러운 것을 선호하는 취향을 반영해 맞춤형 다육이를 재배했다”고 전했다. 이런 전략으로 박씨는 귀농 3년차에 7,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냈다. 청년 특유의 민첩한 정보 감각이 큰 힘을 발휘한 것이다.

50세가 넘어 농업에 뛰어든 충남 홍성의 이종광씨의 경우 우직한 품질 확보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씨는 딸기 농사를 선택했는데 대다수 농가가 사용하는 영양제 등 약제를 일절 쓰지 않았다. 그는 “약제를 쓰면 딸기가 커지고 빛깔이 좋아지지만 쉽게 물러지는 단점이 있고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리 딸기는 약제를 안 치니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고 맛도 좋아 금방 입소문이 났다”고 강조했다. ‘누가 딸기를 잘 키우더라’는 소문을 들으면 버선발로 달려가 비법을 배웠다. 딸기를 팔 때 사이사이에 얇은 종이를 넣어 덜 물러지게 하는 것도 발품을 팔아 알아낸 나름의 비법이다. 농업 초기부터 같이 운영한 체험농장도 대박을 쳤다. 이씨는 “체험농장을 시작하면서 농촌도 쾌적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청결에 각별히 신경 썼고 손님들을 성심성의껏 모셨다”고 했다. 그는 “그 결과 평판이 좋아져 지금은 체험객이 1년에 3,000명을 넘는다”며 웃었다.

토마토 농사로 성공을 거둔 경남 밀양의 송남원씨는 최근 각광받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발 빠르게 도입해 성공한 사례다. 스마트팜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켜 생산 효율성을 높인 농장이다. 송씨는 “토마토 농사에서 물 관리는 당도와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데 여기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적용했다”며 “물 관리가 최적화돼 품질과 생산성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성공한 귀농인들은 농업은 ‘블루오션’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선진 농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기존 농업인들은 수십 년간 해온 자신들의 방식에 변화를 주는 데 망설이기 때문에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 신농법이 많다”며 “의식이 깨어 있고 열심히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상희씨는 특히 청년들에게 농업 창업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청년들의 열린 의식, 새로운 트렌드 감각을 십분 활용하면 농업에서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많기 때문에 다른 산업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사는 단기간에 바짝 일하면 여유 시간도 많이 생긴다”며 “노력 대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업종”이라고 귀띔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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