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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박희성 교수, 원하는대로 '변형 단백질' 제조..암·치매 신약 개발 길 열어

■ 이달의 과학기술인상-박희성 KAIST 화학과 교수

표적단백질 변형시켜 특정 조직에서만 질환 유발 성공

중증 질병 원인 규명 넘어 맞춤형 치료제 개발도 가능

"95% 질병이 단백질 탓..난치병 치료 돌파구 마련할 것"

박희성 KAIST 화학과 교수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본원 연구실에서 연구 시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 교수는 세계 최초로 맞춤형 변형 단백질 생산기술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암이나 치매·당뇨 등 각종 중증질환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인 단백질 변형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단백질은 체내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고 성장 등 우리 몸의 신진대사 활동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문제는 유전·환경적으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변형되면 각종 퇴행성 질환과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단백질이 가지고 있는 아미노산 서열 중 일부가 변형이 일어나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문제를 유발하는 것이다.

그동안 단백질의 정확한 기능과 역할, 변형 과정을 밝히기에는 과학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사람 몸 안의 2만여 종의 단백질이 인산화·당화·아세틸화·메틸화 등 200여 가지로 변형돼 생체신호를 전달하고 세포의 성장·분열(신진대사)을 조절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5월 수상자인 박희성 KAIST 화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단백질의 복잡한 변형 연구에 주목해 이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마련했다. 단백질을 원하는 형태로 합성할 수 있는 ‘맞춤형 단백질 변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그는 “변형 단백질을 만들면 비정상적인 단백질 변형으로 생기는 암이나 치매 등 중증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질병을 유발하는 변형 단백질을 ‘바이오마커(bio-marker)’로 발굴해 질병 진단과 검진에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RNA(리복핵산),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다. 그의 연구는 좀 넓게 보면 중증질환의 원인 규명과 신약 개발 연구의 단초를 마련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현재는 신약 개발을 위해 환자로부터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뽑아야 하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런 과정 없이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연구진이 단백질 변형에 따른 세포 내 기능 연구와 질병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맞춤형 단백질 개발 연구를 진행했지만 원하는 형태의 변형 단백질을 제조하지 못했다.





그의 기술개발 과정은 역발상 그 자체였다. 우선 박테리아의 생합성 경로를 재설계하고 비천연 아미노산을 표적단백질에 첨가하는 방법으로 지난 2011년 암 유발 원인으로 알려진 단백질 인산화의 제어에 성공했다. 우리 몸의 단백질이 생합성 후 아세틸화·인산화·당화 등 변형을 거쳐 세포신호를 전달하고 신진대사를 조절할 때 비정상적 변형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실마리를 잡은 것이다. 비천연 아미노산의 특이적인 화학 반응성을 이용해 단백질 표면에서 탄소와 탄소 간 결합을 일으켜 맞춤형 단백질을 제조하게 됐다. 이로써 중증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한 발짝 다가설 수도 있고 맞춤형 표적항암제나 뇌신경치료제 등 신약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 팀은 퇴행성 신경질환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비정상적 단백질 아세틸화를 실험용 쥐를 통해 규명했다. 수정 후 모체에서 성장하는 과정이나 간이나 폐 등에서 표적단백질을 비정상적으로 아세틸화해 암이나 치매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곧 특정 표적 단백질의 아세틸화 변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다른 조직에 영향을 주지 않고 간이나 콩팥 등 특정 조직이나 기관에서 표적 단백질의 아세틸화 변형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단백질 표면에서 선택적으로 탄소끼리 결합하도록 해 맞춤형으로 변형을 유발하는 획기적인 단백질 변형 방법이 나온 것이다. 이로써 앞으로 암이나 치매 등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변형으로 생기는 다양한 질병들에 대한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박 교수는 “고령화 시대가 갈수록 심화되는데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신약 개발 연구 가능성도 앞당기기 위해 단백질 연구에 주목했다”며 단백질 변형을 유발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200여 가지나 다양한 변형을 일으켜 생체신호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단백질을 원하는 형태로 합성할 수 있는 ‘맞춤형 단백질 변형 기술’을 연구한 것은 그만큼 단백질이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는 “변형 단백질을 바이오마커로 발굴해 질병 진단과 검진에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조기 진단이 어렵고 생존 확률도 낮은 췌장암의 종양 표지 단백질의 지표(바이오마커)가 발굴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박 교수는 “종양 표지 단백질은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변형돼 기존 기술로는 대량 제조가 불가능하다”며 “맞춤형 단백질 변형 기술로 검증된 바이오마커를 대량 생산하면 암 조기 검진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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