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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한반도 훈풍'에도 환율은 갈지자 걸음...왜?

4·27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반도 해빙 기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원·달러 환율이 뚜렷한 내림세 없이 1,060원~1,08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꺼내든 상황인데다 원·달러 환율 급락 우려를 낳았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이슈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궁금증이 생깁니다. 원·달러 환율은 왜 박스권에 갇힌 걸까요.





원·달러 환율 하락, 즉 원화 가치가 상승할 요인은 많습니다. 첫째는 단연 남북 해빙 모드입니다. 더구나 이번엔 종전 선언-평화협정 체결에서 더 나아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기대감까지 낳은 상황입니다.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원화 가치의 발목을 잡는 태생적 한계였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즉 한국 기업의 주가가 외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가리키는 이 현상의 가장 큰 원인도 북한 리스크입니다. 실제로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첫 개장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코스피는 2,515.38에 장을 마감해 3개월 만에 2,500선을 뚫고 오르기도 했습니다.

북한 리스크 완화는 비단 주식뿐 아니라 한국 채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됩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북한 리스크 희석으로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높은 투자 매력에도 ‘서자’ 취급을 받았던 원화자산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 채권이 경쟁국 대비 높은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점과 한국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보험료가 낮아진다는 점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화·주식·채권 등 한국물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면 원화 가치는 상승합니다. 원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원·달러 환율에는 하락 요인입니다.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만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05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는 1,068원에서 브레이크가 걸렸지만요.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한국은행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릴 만한 또 다른 요인은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이슈입니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꾸준한 압박과 권고에 우리 정부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최종 검토 중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결정 자체는 당연한 흐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실물경제 대비 자본시장의 규모가 큰데다 개방도도 월등히 높아 여전히 우려가 많습니다. 투기자본의 급격한 쏠림에 대응할 여지가 과거에 비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출의 가격경쟁력 약화 우려도 있습니다.

미국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압박은 그동안 원·달러 환율에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외환시장에서 우리 당국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도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초 원·달러 환율이 1,054원20전까지 떨어져 연저점을 찍은 배경에도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환율 합의 연계 의혹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미국달러지수 추이. /자료=마켓워치


이처럼 근본적으로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요인들이 두 개나 있는데도 환율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4·27 정상회담 직후 10원 넘게 빠지면서 1,068원까지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지난 한 달 환율 추세는 ‘상승’이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 달러 가치의 상승세입니다. 원화 가치보다 달러 가치가 더 크게 오르다 보니 원·달러 환율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해 10% 넘게 떨어졌던 달러는 최근 92.5 수준까지 올라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최근의 달러 가치 상승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입니다. 지난달 24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년 만에 처음으로 3%에 진입했습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과 러시아 제재 등으로 중동 지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고 이는 다시 국제 금융시장에 ‘인플레이션 공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장기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은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위험선호 심리가 약해지면서 자금유출 비상이 걸린 신흥국의 통화가 흔들리는 것도 한 가지 현상입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지난 몇 년 간 재정난에 시달려온 중남미는 미국 금리 상승이 자금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 동안 기준금리를 3번 인상해 40%까지 끌어올렸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페소화는 지난 4일 기준 달러당 22페소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20% 폭락입니다. 신흥국 통화의 대표주자인 브라질 헤알화도 연초 대비 6.6% 하락했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신흥국 통화가 약세 기조를 타면 신흥국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도 동조화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원화 강세 압력에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한국 CDS 프리미엄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삼성선물


한반도 해빙 모드와 북한 리스크 해소 기대가 당장 원화 강세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올해 3월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이후 41bp까지 하락하면서 이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이미 CDS 프리미엄에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가 어느 정도 반영된데다 북한과의 대치 상태가 기업 가치를 누르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위아래로 원·달러 환율의 방향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병존하는 가운데 앞으로의 환율 흐름은 달러의 국내 공급 양상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쪽에서는 국내적으로 달러 공급 우위 장세가 약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도 제한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유가,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1~3월 수입액이 수출액을 증가율을 넘어설 정도로 증가하고 있는데다 외국인의 증시 매수세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증가, 우리 주가의 고평가 인식과 중국 A주의 MSCI 편입 등으로 외국인의 강한 주식 매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앞으로 달러 공급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앞으로도 달러 공급 우위 장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4월 말 정상회담 대기모드로 이월된 물량으로 환율 하락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증시·채권시장 외국인 매수세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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