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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보호무역주의와 문재인 정부 통상정책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

G2 통상갈등은 위기이자 기회

중국장벽 낮추는 계기 될수도

美·中의존 벗고 신흥국 개척을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출범 당시 국내는 유례없는 국정 혼란 상태였고 외부 통상환경 역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통상압력을 가해왔다. 불리한가용정보(AFA)와 특정시장상황(PMS) 조항 등을 적용해 고율의 덤핑 마진을 부과하는가 하면 16년 만에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 이후에는 금한령으로 지난해 중국인관광객이 48.3%나 감소하면서 서비스 수지는 역대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산 식품과 화장품에 대한 중국의 통관 거부도 5배나 급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중국과의 통상 갈등이 한고비를 넘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원칙적 합의에 이르러 FTA 폐기 등 불확실성 요인을 제거했고 한미동맹 약화 우려를 씻어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부과조치에서도 한국은 유일하게 영구 면제를 받았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협상 진전이 부진한 가운데 성과 도출이 시급한 미국의 상황을 전략적으로 잘 이용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도 실마리를 풀었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도 3월 개시됐다.



하지만 여전히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는 높다. 미국은 국가 안보까지 강조하며 더 공격적인 자국우선주의를 표명하고 있다. 향후 통상압력 수단이 환율·상호호혜세 등으로 다양해지고 대상 품목도 자동차·반도체 등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는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여전히 높은 비관세장벽을 유지하고 있고 사드 갈등의 여파도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통상정책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미중 통상갈등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가 중국과 경합하고 있는 우리 수출 품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중국 중간재 수출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 하지만 미국의 조치가 중국의 글로벌 무역왜곡 행위에 대한 시정요구로의 의미도 갖는다는 점은 우리에게 기회다. 우리는 중국의 부당한 조치에도 양자협의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상력이 부족하다. 이번 미중 갈등이 중국의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하다면 미국과의 공조도 검토해볼 수 있다.

둘째, 한중 FTA 후속 협상에 여유를 갖고 임하되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후속 협상은 ‘원칙적 개방, 미개방 분야 열거’라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중국의 개방 수준이나 법과 제도의 정비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협상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조급해할 필요 없이 금융·유통·엔터테인먼트·게임 등 유망한 분야를 정해 우선 타결하는 단계적 접근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 신산업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창의적 접근으로 신흥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흥 시장을 계속 개척하되 이들과의 FTA에서 선진경제권과 체결한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대다수의 신흥국들은 제조업 강국인 우리와의 FTA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상호호혜적인 협상이 될 수 있다면 FTA 정책을 개발원조, 인력 이동, 기후변화 대응, 해외직접투자, 산업·자원 협력 등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과 연계해볼 수 있다. 예컨대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 문제로 일반특혜관세제도를 도입할 수 없지만 FTA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관세를 낮춰주는 대신 이익의 균형을 다른 분야에서 찾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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