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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不誠無物<불성무물·진실함이 없으면 어떤 일도 이뤄지지 않는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한반도의 시계 멈추지 않게하려면

서로에 도움되는 공존의 지혜 필요

나만의 이익 고집하는 태도 버리고

공동 번영 제시하는 진실성 보여야

상대 공감얻고 평화의 길 열릴 것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 교수


정치권에서 국제화나 세계화를 큰소리로 외쳤지만 보통 사람은 그다지 많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되풀이되는 일상의 삶을 살다 보면 그것으로 버거워서 허덕이기 마련인데 세계를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기업은 우리나라나 이웃 아시아에 한정되지 않고 세계를 무대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세계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사람도 더 이상 세계의 흐름을 모른 채 살아갈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1997년 외환 위기로 인해 하루아침에 자산이 반토막 나는 고통을 겪으면서 보통 사람도 개인의 경제적 여건이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와 연동돼 움직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그 뒤 언론에서도 날씨만큼이나 환율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요즘 보통 사람들도 국제 뉴스를 눈여겨보게 됐다. 올해 초만 해도 한반도에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는 군사 긴장이 나날이 고조돼 갔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으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가 전쟁에서 평화로 바뀌는 물꼬가 트였다. 그 뒤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국가 간 다양한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평화로 나아가는 여정이 가시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때 이란 핵 합의 파기와 같은 미국발 뉴스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같은 북한발 뉴스가 전해지면 보통 사람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한반도 정세가 좋은 쪽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시계는 수많은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서 돌아가는데 톱니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전체가 고장이 난다. 많은 보통 사람들이 국제 뉴스를 접하며 한반도의 시계를 이루는 많은 톱니바퀴가 제 기능을 발휘해 끝까지 잘 굴러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증자(曾子)는 자신의 인생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릴 수 있는 위험을 늘 경계하며 살았다. 그는 경계하는 자신의 삶을 “깊은 연못 앞에 있는 듯, 얇은 얼음을 밟고 있는 듯하다(여임심연·如臨深淵, 여리박빙·如履薄氷)”는 시경의 구절로 묘사한 적이 있다. 깊은 연못 앞에 있다가 자칫 한눈을 파는 사이에 발을 헛디디면 아무리 수영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또 얇은 얼음을 밟고 있으면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나아가야지 호기롭게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걷다가 헤어나기 어려운 얼음 속에 허우적거리게 된다. 증자가 인용한 시경의 구절은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는 사려 깊고 신중한 태도를 강조한다.

개인과 나라의 운명을 가를 사안을 앞두고 사려 깊고 신중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나와 상대가 서로 관련된 사안에서 나만 조심한다고 해서 일이 풀려나간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에게 조심하는 것에다 함께 문제를 풀어가고자 하는 진실성을 전달해야 한다.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신중한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아니면 그냥 나의 입장을 떠보려는 시도에 그치는지 확실하지 않다. 이를 잘 나타내는 말이 중용(中庸)에 나온다. “진실은 일이 이뤄지는 처음이자 끝이다. 진실이 없으면 어떠한 일도 이뤄지지 않는다(성자물지종시·誠者物之終始, 불성무물·不誠無物).”

진실은 나만이 바라는 것을 이루겠다는 이익에 밝은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것이 상대에게도 도움이 되며 나아가 관련된 사람이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공존의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진실은 내가 바라는 것을 일궈가는 성기(成己)의 자기애만이 아니라 상대가 바라는 것을 이뤄주는 성물(成物)의 지혜가 모두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남북한과 관련국의 주장을 보면 한편으로 자국의 이해를 분명하게 제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미래를 말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 상황이 단순히 일국의 이해관계에 한정되지 않고 세계사적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시계가 멈춘다면 원인 제공자는 세계의 평화를 해쳤다는 오명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불성무물의 태도로 나만의 이익에 갇히지 않고 공동의 번영을 제시해 상대의 공감을 얻는다면 평화의 길이 크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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