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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맛보다 멋…인스타그램에 찍혀야 산다

외식업계 새로운 트렌드 '인스타그래머블'

색다른 메뉴·인테리어·플레이팅 女心 저격

"유행은 변하기 마련…결국 맛으로 승부해야"

청담동 레스토랑 ‘만지오네’의 출입문./인스타그램 캡처




“잠깐만! 손대지 말아봐. 사진 좀 찍고.”

요즘 음식점·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갓 나온 음식 그대로 ‘인증샷’을 찍어두려는 것. 이렇게 찍은 인증샷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운데 요즘 가장 인기인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다.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는 뜻·Instargram과 able의 합성어)’이 외식업계 트렌드로 떠오른 이유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꼽은 올해의 외식 트렌드에는 ‘인스타그래머블’이 지난해에 이어 포함될 정도다.

성수동 ‘대림창고’./변수연기자


◇ ‘인스타그래머블하다는 것’ …보기 좋은 것=인스타그래머블하다는 것은 뭘까.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을 때 타인으로부터 “예쁘다” “특이하다” 등의 반응을 이끌어낼 만한 피사체를 ‘인스타그래머블’하다고 할 수 있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인스타그래머블’의 조건으로 다음을 든다.

첫째, 기존의 메뉴들과 차별화된 메뉴들을 갖춰야 한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메뉴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그 ‘새로움’ 자체가 공유할 만한 것이다. 일례로 요즘은 호텔 카페에만 국한됐던 메뉴인 ‘애프터눈 티 세트’를 판매하는 카페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청담동의 티카페 ‘트리아농’도 사진 찍기 좋은 애프터눈 티 세트를 판매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랜차이즈도 애프터눈 티 열풍에 동참했다.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자리한 ‘오설록1979’에는 ‘애프터눈 티’ 세트를 판매하는데 최소 3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디쉬룸 바이 도레도레’도 최근 애프터눈 티 판매를 시작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이국적 음식 또한 인스타그래머들이 주목하는 메뉴다. 한남동의 ‘우육미엔’ ‘에머이’ ‘띤띤’ 등의 아시안 푸드도 이 같은 이국적 음식 열풍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테리어다. 내부 인테리어를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색감으로 꾸미고 소품에 하나하나 신경 쓰는 것이다. 디저트 카페 ‘옹느세자매’는 수영장에 쓰일 법한 타일을 중앙에 깔고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끌었고 레스토랑 ‘만지오네’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핑크·민트·골드 톤이 적절히 섞인 디자인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만지오네의 경우 실내 인테리어뿐 아니라 외부에도 ‘핑크색 문’을 설치해 마치 동화 속 집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특색 있는 출입구를 설치하는 인테리어는 다른 카페에도 적용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망원동의 ‘카페 자판기’다. 입구를 핑크색 자판기로 꾸며 ‘핫스폿’으로 거듭났다. 자판기 문 인테리어는 전국으로 퍼져 춘천의 ‘카페 교동’, 부산의 ‘계수작’, 전주의 ‘그릴펍’, 경남 진주의 ‘따뜨시’ 등으로 번졌다.



청담동 ‘트리아농’의 애프터눈 티 세트./인스타그램 캡처


그동안 인스타그래머블한 인테리어의 공식으로 여겨졌던 ‘화이트 대리석에 골드·핑크 톤의 럭셔리 인테리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다른 느낌을 주는 곳들도 생겨났다. 거친 느낌을 주는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곳도 시선을 끈다. 천장의 파이프 등을 그대로 노출하고 벽에도 페인트를 대충 바른 듯한 느낌의 인테리어다. 서울 성수동에는 ‘대림창고’ ‘어니언’ 등 시원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핫플레이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곳들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인테리어·메뉴에 ‘힘’을 줘 유명해졌을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에 핫플레이스로 등극할 수 있었다. 만지오네의 경우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디자인을 조금씩 바꾼 문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다.

카페들은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을 받는 2030여성들의 특성을 고려해 이들에게 홍보를 맡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스타그램 마케팅’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청담동 레스토랑 ‘만지오네’./인스타그램 캡처


◇ ‘인스타그래머블’한 디자인, “결국 유행은 변하기 마련”=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스타그래머블 열풍’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빠르게 변하면서 상권도 1~2년마다 바뀌는데다 인테리어와 보기 좋은 음식의 기준도 변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정비가 많이 드는 인테리어의 경우 소비자들의 취향이 변하면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유행을 타는 인테리어는 그렇지 않은 인테리어보다 비용이 2배 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업공간 인테리어를 주로 하는 ‘렛츠두잇디자인’의 김한나(34) 인테리어 팀장은 “화이트에 대리석을 조합한 럭셔리한 인테리어뿐 아니라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도 벌써 한물 간 분위기”라며 “자연 소재와 함께 식물을 활용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보태니컬 인테리어’가 한동안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저것 더하기보다는 아예 힘을 빼고 심플하고 질리지 않는 인테리어인 ‘젠(선의 일본식 발음) 스타일’ 인테리어도 뜨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보다 본질인 ‘맛’에 있다고 강조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수십년간 꾸준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맛집들은 대부분 맛으로 승부를 본다”며 “수십년 이상 역사를 이어온 맛집들의 경우 잘돼서 확장 이전을 해도 인테리어는 그대로 유지하며 맛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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