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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이란 강경파가 옳다” 입증한 트럼프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는

논리적으로 이해 어려운 결정

'정권교체' 극단적 의견 벗어나

내부 온건파와 손잡는 전략을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 호스트





젭 부시는 도널드 트럼프가 ‘혼돈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주 트럼프는 그에 걸맞은 행동을 취했다.

그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유럽 우방국들을 포함해 사실상 전 세계의 기대를 저버렸고 지구촌의 가장 불안정한 지역인 중동의 긴장을 한껏 고조시켰다.

우선 트럼프의 이란 핵 합의 탈퇴 결정의 논리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다.

만약 그의 말대로 이란이 위험하고 악의적인 존재라면 테헤란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상시감시 체제에 놓아두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다.

테헤란이 현재보다 한층 엄격한 새로운 핵 협정에 동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란 핵 협정과 동일한 조건이 북한에 적용될 경우 평양은 수십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인 핵무기를 모두 파괴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은둔의 왕국으로 알려질 정도로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은 대대적인 외부 핵 사찰과 감독에 동의해야 한다.

트럼프의 결정 뒤에 숨은 전략은 아마도 북한의 정권교체일 것이다. 그의 최측근 보좌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제 제재와 이란 내 반체제 무장단체들에 대한 지원 그리고 테헤란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미국의 군사개입을 이란에 대한 최상의 접근법이라고 주장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연방하원의원 시절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 핵 협상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협정 대신 이란에 2,000회에 가까운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얼룩진 과거를 가졌을 뿐 아니라 이란 국내에서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반정부 무장단체 MEK에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정권교체를 이루는 방안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밀어붙일 태세다.

볼턴과 트럼프의 변호사로 선임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모두 거액의 사례비를 받고 MEK를 지지하는 연설을 한 바 있다. 또 볼턴은 지난 7월 파리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란이 오는 2019년 이슬람 공화국 탄생 40주년을 기념하지 못하도록 테헤란의 정권교체를 주진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최측근 보좌관 세 명은 이란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제외하곤 누구도 생각조차 하기 힘든 극단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이란은 억압적이고 반미적인 정권으로 중동 전역에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으며 종종 미국의 이익에 해를 끼친다. 그러나 이란은 중동지역에서 수백년간 힘과 영향력을 행사해온 고대문명 가운데 하나다. 단순히 테헤란의 정권교체만으로 이란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미국의 견해는 환상에 불과하다.

이란은 지난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미국의 압력과 제재를 견뎌냈다. 설사 현재의 테헤란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주변 정세로 볼 때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지난 20년간 중동에서 얻은 교훈은 정권교체가 혼란, 전쟁, 대규모 난민, 종파분쟁 등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미 문제투성이인 나라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다름없다.

이쯤에서 중동 이외 지역에서 발생한 정권교체 기록을 살펴보자. 과테말라의 하코보 아르벤스처럼 반미적 인물이 새로 권력을 쥐건, 아니면 사우스베트남의 응오딘지엠 같은 친미성향의 지도자가 출현하건 정권교체는 늘 이전보다 심한 불안정을 초래했다.

이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국과 미국이 배후조종한 쿠데타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직선정부가 축출됐는데 바로 이것이 이슬람 공화국 탄생을 이룬 중요한 요소가 됐고 지금도 공화국 정부의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20세기로 접어든 후 발생한 쿠바 해방운동에 미국이 강권으로 개입한 것 역시 다시 살펴봐야 할 문제다. 미국의 지나친 개입은 오늘날까지 쿠바 정부가 활용하는 반미주의 유산을 남겼다. 민족주의를 잘못 판단하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적 실책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이 민족주의 열기에 사로잡힌 국가들의 개방을 도와 자본주의와 교역, 국제적인 접촉으로 인도했을 때 독재국가들의 위험 요소들이 제거됐다.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도 오늘날 중국은 마오쩌둥 정권 당시에 비해 훨씬 형편이 좋아졌고 책임 있는 국가로 변모했다.

사람들은 종종 소련을 상대로 한 도널드 레이건의 캠페인을 예로 들어 악의 제국을 압박하는 것이 해당국 정권교체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들은 전체 스토리의 절반만 기억하고 있다. 레이건이 소련을 압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레이건은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성향을 간파한 후 그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지지했으며 그를 위해 양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레이건은 국내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소련이 냉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기여하는 멍청이로 매도당할 정도로 거센 반발을 샀다.

이란은 만만치 않은 정권이 집권한 까다로운 국가다. 그러나 내부에는 핵 합의가 세계와 통합하고 정상화를 이루는 통로가 돼주기를 희망하는 온건분자들도 존재한다. 이 같은 온건세력은 주류가 아니지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대중적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만만치 않은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미국은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상대고 사우디는 철천지원수”라고 믿는 이란 내 강경분자들도 상존한다. 강경집단은 자기의존(self-reliance)과 경제적 자급자족, 그리고 시아파 이념 전파를 자체 전략으로 내세운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들의 전략이 옳다는 사실을 입증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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