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극본 이아람, 연출 최준배) 첫 회에서는 윤나무(장기용 분)와 길낙원(진기주 분)이 각각 원래의 이름 대신 채도진, 한재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사연이 그려졌다.
윤나무의 아버지 윤희재(허준호 분)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었다. 윤희재는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걷기 위해 경찰대학에 지원을 했다. 그러나 연쇄살인범의 자식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고, 윤나무는 채도진이라고 이름을 바꾼 후에도 아버지의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만 했다.
길낙원은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 부모의 딸이었다. 유명 배우를 어머니로 둔 그는 자신 역시 배우가 됐다. 그러나 오디션장에서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들어간 대사를 보고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길낙원도 마찬가지로 이름을 바꿨으나 과거의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중학생 시절 시작됐다. 윤나무가 살던 동네에 길낙원 가족이 이사를 온 것. 윤나무는 첫 만남부터 길낙원을 의식했다. 변태 선생에게 구해준 것을 비롯해 같은 반 짝꿍까지 된 이들은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 낭만적인 인연을 시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윤희재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윤희재는 막내딸에게 자상한 척했지만 어딘가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었다. 윤희재의 두 아들은 TV에서 연쇄살인 보도를 접하고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윤나무와 길낙원의 관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을 예상케 했다.
‘이리와 안아줘’는 희대의 사이코패스를 아버지로 둔 경찰과 피해자의 딸, 서로의 첫사랑인 두 남녀가 세상의 낙인을 피해 살아가던 중 재회하며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주는 감성 로맨스 드라마. 소박한 행복을 박탈당한 인물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첫 방송에서는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빛났다. 장기용과 진기주는 각각 연쇄살인범과 얽힌 사연이 있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장기용은 사이코패스 아들로서 경찰대에 지원까지 하게 된 복잡한 인물을 덤덤하게 그려내면서 오히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진기주는 역시 피해자인 엄마의 얘기를 하면서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쏟아내는데 어색함이 없었다.
성인 배우의 짧은 등장 이후 눈길을 끈 것은 아역들의 연기였다. 남다름과 류한비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인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남다름은 특유의 우수에 찬 눈빛으로 윤나무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했고, 류한비는 사건이 있기 전 해맑고 순수한 소녀를 완벽히 표현했다.
압권은 허준호였다. 이번 작품에서 사이코패스 연기를 하게 된 그는 등장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꿔 놨다. 네 배우가 풋풋하고 설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면 허준호는 작품을 스릴러로 변모하게 만든 것. 사이코패스로 분하면서 “매일 악몽까지 꾸고 있다”는 그는 역할에 완벽히 몰입, 전개에 풍부함을 더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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