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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골프 비거리 논쟁

프로골퍼 최상호 선수는 경기도 성남의 남서울CC와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1955년생인 그는 요즘에도 세컨드샷에서 8·9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노린다. 한창 근력이 좋았던 시절 같은 홀에서 6번 아이언을 집어야만 했던 골프장인데도 말이다. 그는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졌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자기 관리와 함께 좋아진 장비 덕택에 이만큼 비거리가 늘어난 것 아니냐고 주변에 얘기하곤 한다. 아마도 비거리에 남다른 자신감을 가진 골퍼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문제일 듯하다.





골프의 역사는 곧 비거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럽부터 골프공의 성능까지 일취월장하면서 선수들의 비거리 역시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진화과정을 거쳐왔다. 1900년대 초반 히커리 나무를 대체한 스틸에 이어 그래파이트의 등장은 샤프트 혁명을 이끌며 획기적인 거리 증대를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장비에 의존한 비거리가 스포츠 정신에 걸맞으냐는 논쟁을 빚기도 했다. 어쨌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는 1980년의 256야드에서 지난해 285야드로 늘어났고 파5 홀은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리게 됐다.

문제는 프로선수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면서 아마추어들과의 비거리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일반인들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그들만의 스포츠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런 비거리 논쟁에는 18세기 페더볼에서 출발해 고무볼·하스켈볼을 거쳐 신소재 기술까지 적용된 골프공이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는 “이런 식이라면 프로골퍼들만의 이벤트가 될 수 있다”며 공의 성능 제한을 주장해왔고 타이거 우즈도 “프로선수가 사용하는 공을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거들고 있다. 비거리에 목숨 거는 주말골퍼들로서는 가히 기겁할 만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양대 골프기구인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지난 100년간 치열한 공방이 오가던 논쟁을 해결하겠다며 ‘비거리 통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비거리 증대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세계 골프계를 대상으로 폭넓게 의견을 듣고 자료를 모아보겠다는 것이다. 내년께 나온다는 결론이 과연 모든 수준의 골퍼를 골고루 만족시킬 솔로몬의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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