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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칼럼] 마크롱의 길, 문재인의 길

논설실장

佛, 지지율 눈치안보고 노동개혁

외국인 투자 늘고 일자리 돌아와

우린 최저임금 인상·정규직화 등

선심성 정책으로 되레 고용위축

경쟁력 강화위한 고뇌의 결단 필요

오철수 논설실장




한국과 프랑스에 새 정권이 들어선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5월 양국의 새 정부는 국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출범했다. 프랑스에서는 신생 정당이 기존 정당의 아성을 허물고 사상 초유의 선거혁명을 이룩했고 우리나라에서는 9년 만에 진보정권 시대가 다시 열렸다. 양국 국민들은 새 정부가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도 재건해줬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사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프랑스도 한국도 경제 사정이 썩 좋지 않았다.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두 나라의 상황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선진국병을 앓고 있던 프랑스는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 반면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한국은 청년 실업률이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정책이다.

먼저 프랑스를 보자. 선거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굵직굵직한 개혁 과제들을 추진해나갔다. 특히 프랑스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여겨져 온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마크롱은 고용법을 고쳐 해고를 쉽게 하는가 하면 100년 동안 성역으로 남아 있던 철도개혁에도 착수했다.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하면서 취임 초기 64%에 달했던 지지율이 36%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마크롱은 흔들리지 않고 개혁을 밀고 나갔다. 프랑스 정부는 이와 함께 법인세 인하 등 기업 기 살리기에도 적극 나섰다.

마크롱이 뚝심을 갖고 밀어붙인 노동개혁과 친기업정책은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에 대한 외국인 투자 건수는 1년 전보다 16.2%나 늘었다. 여기에는 도요타와 페이스북·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투자가 늘어나니 당연히 일자리도 증가했다. 감세정책으로 세수가 되레 늘어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3% 아래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이와는 딴판이다. 지난 4월 현재 청년 체감실업률은 무려 23.4%에 달한다. 청년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백수라는 이야기다. 실업자들이 넘쳐나면서 1·4분기 실업급여 수급자 수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취업자 수 증가는 3개월 연속으로 10만명을 겨우 넘으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지만 막상 고용 성적표는 최악인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을 주요 국정기조로 내세웠다. 여기서 나온 것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이다. 문제는 근로자들의 소득을 늘려주겠다는 정책이 되레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만 하더라도 저임금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인기를 의식한 정책에 치중하는 동안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개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노동 유연성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지만 정부는 노동개혁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양대 노동지침 폐지로 노동 경직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잖아도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여기에 법인세 인상과 지배구조 개편 등을 통해 압박만 강화하고 있으니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나겠는가.

표를 의식해 퍼주기식 정책을 펴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도 없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이 몰고 온 일자리 감소 현상을 보지 않았는가. 무릇 한 국가의 리더는 인기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때로는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런 결단이 꼭 필요한 부분이 경제다.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노동개혁에 매달리는 이유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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