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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y]노숙자·독신·포르노稅...이면엔 양극화·저출산·저성장 그림자

■세계 각국 '이색 세금' 천태만상

아마존 효과로 부자도시된 시애틀

집값 69% 오른 반면 노숙자 넘쳐

대기업에 노숙자 복지세 부과키로

고령화 속도 세계 1위 달리는 일본

'단카이세대 75세' 2022년 앞두고

결혼 장려·稅확보 겨냥 독신세 논의

남유럽 재정위기때 伊 '포르노세'

손쉽게 세수 늘리려는 꼼수로

베를루스코니 낙마 도화선 되기도

노숙자 복지 비용을 대기업에 부담하도록 하는 ‘노숙자세’ 표결일인 14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시의회에서 ‘아마존에 세금을(Tax Amazon)’ 피켓을 든 시민들이 모여 있다. /시애틀=AP연합뉴스






‘아마존에 세금을(Tax Amazon)’ 피켓을 든 사람들이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시의회로 속속 모여들었다. 노숙자 복지 비용을 대기업이 부담하도록 하는 ‘노숙자세’ 법안의 최종 표결을 앞두고 통과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시위대의 간절함이 전해졌는지 표결 결과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 법안 통과로 시애틀은 연간 5,000만달러(약 504억달러)의 추가 세수를 거둘 수 있게 됐다. 변변한 집 한 채 없이 텐트에서 사는 노숙자 신세의 시민들은 늘어나는 혜택에 환호했다. 반대로 졸지에 1,000만달러 규모의 추가 세수를 부담하게 된 아마존은 “그동안 예산을 현명하게 써왔는지 되돌아보라”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색 세금’이 즐비하다. 그 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세금을 거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경제부흥 재원 마련을 내세우며 포르노 상품에, 물이 귀한 사우디아라비아는 탄산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미혼 인구에 세 부담을 지우는 ‘독신세’는 고령화 대국 일본의 뜨거운 감자다. 저마다 사회의 미풍양속과 국민 건강, 결혼 장려 등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면을 보면 고령화·저성장·사회양극화 등 국가의 재정위기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그 나라만의 특별한 구조적 요인들이 있다. 쉽게 말해 특이한 세금만 보면 그 나라의 당면 현안이 무엇인가를 꿰뚫어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시애틀시에서 신설한 ‘노숙자세’가 대표적이다. 사회 양극화가 원인이 돼 신설이 논의됐고 결국 해결책으로 세금 징수를 결정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은 미국의 최고 부자 도시 중 하나다. 노숙자세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아마존 효과’에 따른 당연한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애틀은 고소득 IT 산업 부흥으로 각종 서비스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실업률이 3.5%로 완전고용 수준을 기록했다. 중산층 가구의 평균 소득도 약 8만달러로 미국 전체 평균보다 40%나 높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시애틀시의 세수도 2016년과 2017년 전년 대비 각각 7.8%, 5.6%씩 크게 늘었다. 문제는 아마존 효과가 사회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동반했다는 점이다. 경기가 좋아진 덕에 2013~2017년 시애틀의 평균 집값은 69%나 오르면서 노숙자 수가 급증, 도시에는 낡은 텐트와 불법 컨테이너박스가 넘쳐났다. 노숙자 사망자 수도 2016년 32명에서 지난해에는 169명으로 폭증했다. 시애틀 시정부는 시 예산의 절반 정도인 연 6,300만달러를 노숙자 관련 예산으로 투입해 공공주택 등을 건설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부족한 예산 때문에 노숙자 증가로 경제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아마존 효과의 득보다 실이 더 많아지자 보안대책 마련이 절실했다. 이에 따라 결국 노숙자세가 답으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된 ‘독신세’는 저출산·고령화 국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세금이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는데 가장 심각한 일본 정부는 제일 먼저 독신세 신설을 들고 나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찬반을 놓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결혼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결혼지원 사업이나 열심히 하지 쓸데없는 세금을 거둔다”는 등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제불황 장기화로 1인 가구가 늘면서 나타난 특이한 사회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사회복지 지출이 민간 부문에서 공공 부문으로 대거 이전되는 상황에서 결혼도 장려하고 세수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독신세 신설을 비중 있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이색 세금은 또 있다. 도시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 및 농촌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도입한 ‘고향세’로, 도입 여부를 놓고 국민의 찬반이 갈렸지만 결국 세금을 징수하고 농촌지원 재원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의 이색 세금은 그 사회의 특수한 문제점과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방책으로 장단점을 가진다. 도입 초기에는 사회적 논란도 크다. 결국 대부분의 이색 세금은 도입하게 되지만, 관건은 비난 여론을 어떻게 극복해 사회적 갈등의 골을 좁히고 국가적 유효자산으로 활용할지다. 이탈리아의 ‘포르노세’는 여론 관리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시 총리는 영화·DVD는 물론 신문·잡지 등 출판매체까지 포함해 성인물로 벌어들인 소득의 25%를 세금으로 걷었다. 대의명분은 미풍양속 수호였지만 남유럽 재정위기의 와중에 소수의 포르노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손쉽게 세수를 늘리겠다는 꼼수였다. 실제로 당시 이탈리아의 포르노 관련 전체 소득은 연 10억유로(약 1조 2,800억원)에 달해 이탈리아 정부는 2억5,000만유로를 더 거둘 수 있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포르노세에서 자신감을 얻은 듯 부가가치세 인상, 연금수령 기준 상향까지 추진하며 과세 대상을 국민 전체로 넓히다 “노동자의 지갑만 턴다”는 역풍을 맞고 결국 2011년 직을 내려놓게 됐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고안한 담배·탄산음료·에너지 드링크에 대한 특별소비세는 성공적인 작품이다. 최초 도입 때의 비판여론을 잘 무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우디 정부는 이슬람교 가치 수호와 저유가 장기화로 인한 재정적자 타개를 이유로 담배·탄산음료·에너지드링크에 ‘죄악세’를 매겨 관련 물품 가격이 두 배로 뛰어올랐다. “왕족들은 배불리 먹으면서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국민들의 원성이 빗발치자 빈 살만 왕세자는 그해 말부터 왕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반부패 수사를 벌여 총 4,000억리얄(약 114조원)을 환수, 국민적 반감을 줄이는 동시에 특별소비세 징수의 명분을 얻어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소 폭력적이었던 반부패 사정이 효과적으로 마무리된 데 대해 “긴축의 고통을 가난한 사람들뿐 아니라 부자들도 나눠 부담해야 한다”는 여론의 흐름에 잘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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