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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러닝크루]이 길…이 공기…이 고요함…나를 얻기 위해 달린다

타인과의 관계 설정 넘어서

자신만을 되돌아보는 시간





아디다스 러너스/아디다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쓴 묘비명이다. 하루키는 직업란에 작가(그리고 러너)라고 기재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25번이나 완주한 그에게 달리기는 뭘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에세이에서 하루키는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소설을 쓰며 나빠진 건강을 위해 러닝을 시작한 하루키는 달리기의 세계에 푹 빠졌다. 하루키에게 달리기는 수단도 아니고 목적도 없다. 그는 책에서 달리기에 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기록, 순위, 겉모습 등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모두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히 완주해가는 것이다.” ‘쿨한 작가’ 하루키가 말하는 레이스는 청춘들의 ‘쿨한 달리기’를 설명하기에 적합하다. 청춘들의 러닝은 타인과의 관계 설정을 넘어선다. 어느 순간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김영민(32)씨는 다양한 크루를 찾아다니며 게스트로 러닝에 참여하고 있다. 평일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한 오후7시 이후가 러닝크루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서울에만 50개가 넘는 러닝크루가 있고 코스도 홍대·광화문·한강·청담동 등 다양하기 때문에 새로운 크루를 찾아가서 달리는 재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정 크루에서 참여 횟수가 쌓이면 정식 멤버로 가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현재 그는 손님으로만 참여하고 있다. 실제 러닝크루에 신청해 달리기를 하러 나가보면 자신처럼 혼자 뛰러 온 젊은 층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소속감보다 가벼운 연대를 중시하는 청년들이 러닝크루에서 혼자서 함께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소속감보다 가벼운 연대 중시…뛰고 싶은곳 골라 참여

서울 러닝크루 50개 넘어…SNS 통해 스타러너 탄생도





그렇다고 러닝크루가 피상적인 관계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정식 멤버로 가입하면 함께 달리고 엠티도 가는 등 친목 도모도 할 수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달리기가 있다. 마라톤이 크루 멤버가 함께 참여하는 가장 큰 행사다. 서울국제마라톤처럼 큰 러닝 행사에서는 같은 셔츠를 입고 달리는 젊은 러너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크루들 간 함께 달리고 교류하는 장도 열린다. BTG(Bridge the gap·간극을 메우다)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러닝크루 간 교류 행사는 서울에서 지난 2014년 이후 매년 열리고 있다. 규모가 큰 크루들이 함께 참석해 남산·한강 등지에서 함께 달리고 파티도 여는 행사인데 국내에서 젊은 러너들이 가장 많이 참석하는 행사로 꼽힌다.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크루 문화는 지역으로도 전파되고 있다. 부산·포항·울산 등 다양한 지역에 런클럽부산, 유콘 대구(UCON DAEGU), 포항러닝크루(PRC) 등 지역 이름을 딴 크루들이 있다. 특히 유콘 대구의 경우 서울에서 시작한 유콘 러닝크루가 지역까지 전파된 사례다. 해당 지역 러닝크루들은 지역 크루들이 모이는 BTG 행사를 개최하는 등 지역 크루가 함께 달리는 장도 마련하고 있다.

젊은 층의 관심이 늘면서 소셜미디어에서는 ‘런예인’으로 불리는 일반인 스타 러너들도 나타나고 있다. 런소영이라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로 활동하는 임소영씨는 유명 일반인 러너로 달리는 모습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데 팔로어 수만 7만명을 넘어섰다. 그는 인기에 힘입어 신세계백화점에서 러닝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러닝투어를 만들어 일반인과 함께 해외에서 달리기를 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러닝크루를 중심으로 문화가 확산할 경우 런예인들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연히 스포츠 브랜드의 관련 후원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 문화가 확산되면서 스포츠 브랜드 외에 다른 기업들도 관련 러닝 행사를 여는 등 문화 확산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최근 아식스와 컬래버레이션해서 러닝 후 호텔에서 파티하고 숙박까지 제공하는 롯데시티런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다. 호텔 최초로 러닝 이벤트를 진행한 것으로 2인 참가가 가능한데 커플 러너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기획한 것이다. 이외에 포카리스웨트로 유명한 음료 회사인 동아오츠카가 스포츠마케팅의 일환으로 3월 러닝크루 라이브스웨트를 만드는 등 러닝 문화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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