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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누나’ 종영] 답답할 정도로 현실적인, 그래서 의미 있는 연애

‘예쁜 누나’ 손예진과 정해인이 마지막까지 현실의 사랑을 그렸다.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전개로 호불호는 갈렸지만, 매순간이 현실과 닿아있었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19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 이하 ‘예쁜 누나’) 마지막 회에서는 윤진아(손예진 분)와 서준희(정해인 분)가 3년 만에 윤승호(위하준 분)의 결혼식에서 다시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JTBC




서준희는 미국으로 떠났고, 그동안 윤진아는 새 남자친구도 만들었다. 그러나 재회한 두 사람은 여전한 미련을 숨길 수가 없었다. 윤진아는 서준희를 다시 보게 되자 눈물을 글썽였고, 서준희는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윤진아의 모습에 화를 느꼈다.

결혼식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두 사람이 따로 연락을 해서 얼굴을 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공통 지인인 서경선(장소연 분)의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 그마저도 “예전처럼 돌아가자”는 윤진아의 제안을 서준희가 거절했고, 재회의 자리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그러나 사랑의 감정은 단번에 잘리는 것이 아니었다. 서준희는 술을 먹고 윤진아를 찾아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나 보면서 살 수 있냐”고 소리쳤다. 윤진아는 서경선과 윤승호 등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된다”고 거짓말했다.

동생 친구, 누나 친구와의 연애는 그런 것이었다. 헤어져도 입장 정리가 남아있었다. 그러나 아직 미련이 남은 서준희의 반응은 “못됐다”였다. 잠시 생각하던 윤진아는 이번에는 자기가 찾아가 “조금이나마 덜 힘들고 아플 것 같아서 그랬다”며 감정을 터트렸다.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윤진아가 남긴 음성이었다. 이들이 가장 행복했을 시절, 윤진아가 진심을 담아 녹음했던 것이었다. 서준희는 곧바로 윤진아가 있는 제주도로 향했고, “내가 다 잘못했어. 윤진아 없인 못 살겠어”라며 고백했다. 둘은 다시 연인이 됐다.

‘예쁜 누나’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만들어가는 진짜 연애를 담은 드라마. 안판석 PD와 출연자들은 처음부터 ‘현실 연애’를 그리겠다고 선언했다. 전화 한 통 오느냐 안 오느냐에 가슴 졸이는, 평범하고 흔한 그런 연애.

현실의 연애는 엄청나게 큰 사건이 있는 것도,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이유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연인 사이에도 배제할 수 없는 자존심, 부모의 기대와 공통 지인의 문제 등 어쩌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쌓여 이별이 되고 만남이 됐다.



초반 손예진과 정해인의 설레는 멜로로 주목받은 ‘예쁜 누나’는 중후반부에 접어들며 반복되는 싸움과 여자주인공의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고구마’라는 소리를 들었다. 초반 4~6회까지만 인생드라마였다는 반응도 적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예쁜 누나’는 처음부터 그런 작품이었다. 어느덧 30대가 됐지만 부모의 말을 거역할 수 없게 자라온 윤진아가 자신의 틀을 깨는 것은 결코 쉬울 수 없었다. ‘예쁜 누나’는 사랑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윤진아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했다.

순종적인 딸, 착한 딸 윤진아는 ‘걸크러시’ ‘사이다’가 등장하는 요즘 작품과 비교할 때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윤진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은 윤진아의 갈등과 선택에 공감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반응이다.

‘예쁜 누나’는 그런 윤진아도 진짜 사랑을 하고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얀거탑’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하던 안판석 PD는 속물근성이나 사내 성추행 등을 가감 없이 그려내며 윤진아를 성장시켰다.

안판석 PD는 드라마 중반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면 서로 영향을 주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사람은 어떻게 성장하는지, 사랑에서 중요한 건 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결말까지 온 과정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안판석 PD가 던진 화두에 대해 충분한 의견 교환이 나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질하고 답답해 보일 정도로 현실적이었던 연애.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연애의 완성이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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