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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포스코 냉연관세 59→42%로…변압기·화학도 재조정 기대

국제무역법원, 미국 상무부에 첫 정정 조처

"관세폭탄 근거 부족, 관세율 산정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다른 제품도 조정 검토…벼랑끝 한국 수출기업 일단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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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포스코 철강제품에 매겼던 보복관세를 29% 낮춰 잡기로 잠정 결정했다. 현지 법원이 상무부가 애초 산정한 보복관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수정할 것을 명령한 데 따른 결정이다. 법원이 다른 한국산 제품에 매겨진 관세율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추가 조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포스코 냉연강판 상계관세를 42.61%로 수정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지난 2016년 포스코 냉연강판에 59.72%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 등 한국 업체가 2억달러가량 미국에 수출했던 냉연강판 수출 실적은 지난해 1억달러로 반토막 났다.

이번 판결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상무부에 정정 조처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포스코는 상무부가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하자마자 즉각 CIT에 제소해 대응에 나섰다. 이를 받아들인 CIT는 올 3월 상무부에 재산정 환송명령을 내렸다. CIT는 상무부가 재산정한 관세율을 검토한 뒤 하반기 중 최종 확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CIT는 상무부의 판결 과정을 하나하나 뜯어봤다. 상무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던 ‘불리한 가용정보 조항(AFA)’에 특히 주목했다. AFA는 불공정 무역 혐의를 받는 조사 대상의 답변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무부가 직접 나서 관련 정보를 끌어다 관세율을 추산할 수 있게끔 한 규정이다. 답변 부실 여부를 상무부 자신이 결정하는데다 일단 비협조적이라고 낙인 찍고난 뒤 초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경우가 적지 않아 한국 수출업체를 벼랑 끝으로 몰아온 주범이다.

CIT는 이 같은 상무부의 폭주에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조사 대상의 답변이 부실하다면 상무부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뒤이어 관세를 매길 때 무작정 고율의 관세를 매겨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실제 CIT는 포스코가 자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원재료 현황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만큼 AFA를 발동할 수밖에 없다는 상무부 주장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관세율을 정할 때 준수해야 할 일련의 체계가 있다. 상무부의 관세율 산정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CIT의 이 같은 판결을 전해 들은 철강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연이어 고율의 관세 폭탄이 떨어졌지만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론 미국 상무부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었던 탓이다. 정부는 안보 문제를 풀어나갈 핵심 파트너이자 전방위적 무역보복 카드를 안고 있는 미국을 자극할까 봐 쉽사리 나서지 못하던 상황. 달리 기댈 수단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비교적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CIT 판결이 미국의 무역장벽에 작은 균열을 낸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42%가 결코 낮은 관세는 아니어서 당장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내 냉연강판 가격이 지난 2년 사이 37%까지 뛰는 등 가팔랐던 추세라 향후 수출 확대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다른 철강재의 대미 수출길도 트일지 주목된다. 상무부는 냉연강판에 관세폭탄을 던진 2016년 포스코산 열연제품에도 AFA를 꺼내든 뒤 60%대의 보복관세를 물려놓았다. 포스코는 판정이 나자마자 CIT에 제소해뒀는데 사건을 접수한 후 판결을 내리기까지 통상 2년 가까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정정 명령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CIT가 열연강판에 매겨진 관세까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다른 철강업체의 수출길도 연쇄적으로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무부가 포스코산 열연강판을 원재료로 사용했다며 현대제철·세아제강 등 강관 제품에도 관세를 물려놓았기 때문이다.

철강을 넘어 다른 업체에도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상무부는 철강뿐만 아니라 한국산 변압기와 화학제품에도 AFA를 적용해 고율의 관세를 매긴 상황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고압변압기에 60.8% 고관세 연례재심 결과에 반발해 지난해 CIT에 제소했다. 지난해 7월 합성고무의 일종인 에멀전스티렌부타디엔고무(ESBR)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판정하면서 44.30%의 관세를 물게 된 금호석유화학 역시 제소 행렬에 동참했다.

통상업계 전문가는 “지난 2년간 무분별한 조사에 시달려온 국내 업체들은 상부무가 AFA를 꺼내들 빌미 자체를 줄여가고 있다”며 “설사 미국이 AFA를 적용하더라도 이전처럼 최고 수준의 관세로 압박하는 일은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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