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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공감’ 지리산 범왕마을 어머니들의 고사리 별곡





26일 방송되는 KBS1 ‘다큐공감’에서는 ‘지리산 어머니의 고사리 별곡’ 편이 전파를 탄다.

일만 육천 개의 봉우리를 거느렸다는 지리산, 그 비탈 밭에 어머니가 계신다. 농사지을 땅이 없으니 산기슭을 일궈야 했고 온몸으로 가난을 밀어 올려야 했던 팍팍한 삶. 하동군 화개면 범왕마을 어머니들은 1년 중 봄이 가장 바쁘다. 모두들 꽃구경 간다는 봄날에도 지리산 비탈 밭에 매달려 고사리를 꺾느라 꼬부랑 허리를 펼 새가 없기 때문이다.

산비탈에서 시작되는 어머니들의 고단한 봄... “입에서 단 내 난다”는 그 가파른 시간을 따라가 본다.

▲ 지리산 ‘고사리 마을’의 봄

섬진강을 따라 펼쳐지는 쌍계사 벚꽃 터널을 지나면 지리산 저 깊은 골짜기에 일명 ‘고사리 마을’이 나타난다. 예로부터 지리산 아래 가장 높은 마을이라 불린 범왕마을이다. 평지가 없는 가파른 비탈 밭에서 문삼순(74), 손복악(72), 이몽실(80) 어머니는 봄에는 고사리를 꺾고 여름에는 버섯을 따며 살아간다. 4월 중순부터 범왕마을 앞마당은 온통 고사리로 뒤덮인다. 어머니들의 고단한 봄이 노랗게 내려앉는 것이다.

▲ “이쁜 놈, 이쁜 놈.. 언 땅 뚫고 올라온 놈”

고사리는 싹이 돋아난 후 48시간 안에 꺾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간 싸움이 시작된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산비탈 작업.. 몸이 고될지라도 어머니들은 말한다. “언 땅 뚫고 올라온 놈, 그 맑은 얼굴을 보면 얼마나 예쁜지….” 고사리 꺾는 재미에 어머니들의 손끝은 갈라진 손톱 사이로 까맣게 고사리 물이 든다.



▲ “고사리 많이 났네.. 삼순이 좋~겠다”

섬진강 작은 마을 문 씨 가문에서 셋째 딸로 태어난 삼순 양은 나이 18살에 꽃가마를 타고 산골 마을로 시집을 왔다. 문삼순 여사가 첫아이를 낳던 해, 그녀의 어머니는 배냇저고리를 지어 딸을 찾아왔다가 걸어도 걸어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을 끝내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 소식을 듣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눈물 흘렸다는 문삼순 여사.. 고사리 철이 되면 남편 최성래(82) 옹은 그녀에게 말한다. “고사리 많이 났네... 삼순이 좋~겠다.” 문삼순 여사에게 손에 가득 쥔 고사리는 그 어떠한 꽃다발보다 예쁘고 귀하다.

▲ 어머니 허리는 비탈 밭 기울기에 비례한다.

부모님들의 삶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지리산 ‘비탈 밭의 고단함’이 우리네 부모님들의 인생은 아닐까… 비탈 밭을 일구며 살아온 범왕마을 어머니들의 허리는 비탈 밭의 기울기에 비례해 꼬부라졌다. “고단했던 삶을 원망도 많이 하셨겠어요?”라는 질문에 문삼순 여사는 가파른 비탈 밭에 서서 대답한다. “원망할 줄도 몰라요. 원망할 줄 모르고 그저 세월을 산 것이지.” 누굴 탓할 줄도 모르고 살아온 어머니들의 그 선한 마음이 지리산보다 더 큰 힘이 되어 가난을 들어 올렸다.

[사진=KBS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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