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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의 집과사람]주택시장, 침체로 단정짓지 못하는 이유

서울·수도권 신규아파트 분양 즉시 모두 팔려나가

1분기 민간분양 초기계약률 100%

거래절벽 등 시장침체 우려 크지만

재고주택→신규분양으로 투자 이동





며칠전 출근길. 광역버스 좌석에 등을 기대고 잠시 부족한 쪽잠을 청하던 중 옆자리에 앉은 여성의 휴대폰 통화가 잠을 깨운다. “오늘 오후는 하남시에 갈거야. 거기 아파트 분양한다는데 당첨만 되면 시세 차익이 최소한 억이래. 같이 가볼래?” 어림잡아 30대 후반쯤 되어 보인다. 언뜻 하남 미사지구에 공급예정인 어느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그나마 거래마저 절벽이라는데 분양시장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서울 시내와 수도권 요지 신규분양단지 모델하우스에는 여전히 방문객이 넘쳐나고 분양되는 즉시 팔려나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분기동안 서울지역에서 공급된 민간분양 아파트의 초기 계약률은 100%다. 이 기간 공급된 아파트는 6개월 내에 한 채도 남김없이 모두 팔려나갔다는 의미다.

5월 들어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데다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권은 감소 폭이 70%에 이른다고 한다. 거래가 단절되면서 강남권에서는 시세보다 1억원 이상 호가를 낮춘 매물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재고주택가격 하락은 신규분양시장을 위축시킨다. 그럼에도 최근 재고주택 시장과 신규분양 시장이 이처럼 괴리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값 상승세가 멈추고 거래가 위축된 최근의 분위기를 두고 정부와 시장의 해석은 완전히 엇갈린다. 정부는 이를 안정이라 말하고 시장은 침체라며 우려한다. 하지만 기자의 관점에서 현재 상황은 안정도 침체도 아니다.

여전히 시장의 밑바닥에서는 돈이 쉬지 않고 흐르고 있다. 시중 대출금리가 올랐다고 하지만 투자자들이 감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넘쳐나는 유동성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부동자금이 1,100조원에 달한다. 투자의 대상이 재고주택에서 신규분양 등 새로운 투자처로 옮겨갔을 뿐이다. 주변 시세는 오를만큼 올라있는데 분양가는 억제돼 있으니 투자자들 입장에서 신규분양 시장처럼 안전한 투자처가 어디 있을까.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돈 있는 실수요자’들의 잔치로 변질되는 분위기다. 서울과 경기권 일대 재개발 역시 꾸준히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초기 투자비가 낮은데다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의 벽이 낮은 것이 이유다.

특히 재건축 추진단지 등 기존 주택시장 거래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압박은 단기적으로 치솟던 집값에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지역의 만성적인 신규 주택 공급 부족,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은 일시적인 소강 국면일 뿐이다.

혹시 정부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1억원이 넘는 초과이익 환수금을 부과하고, 다주택자에 무거운 양도소득세를 물림으로써 인위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렸다고 해서 이를 정책의 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어쩌면 시장의 왜곡은 정부가 중장기적인 주택 수급 균형은 뒷전인 채 당장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 결과물인 ‘가격’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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