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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퇴직연금 활성화' 개선안] TDF 다양화 한다더니…상품 선택권 제한·일부 운용사만 혜택

주식비중 가입기간중 80%이내

은퇴 이후엔 40% 미만 상품만

퇴직연금 TDF 비중 100% 가능

7개 운용사 상품 중 삼성만 충족

당초 취지 소득대체율 확대도 막아





정부가 타깃데이트펀드(TDF) 투자 확대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퇴직연금시장 활성화에 나섰지만 정작 요건을 충족하는 TDF 상품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있다. 정부가 TDF 상품 다양화를 통해 은퇴 시 소득대체율을 높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 개정안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군을 제한하면서 ‘반쪽짜리 개선안’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금융당국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TDF 활성화 정책의 요건을 충족하는 상품은 7개 자산운용사 상품 중 삼성자산운용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업계서는 정부가 개정안의 취지로 밝힌 것은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인데 그 문을 좁히면서 오히려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책 발표 전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칠 수 있었음에도 금융당국이 쫓기듯 정책을 발표한 결과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TDF 투자 확대안의 골자는 전체자산의 70%까지만 가능하던 TDF에 대한 퇴직연금 자산투자 비중을 100%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생애주기펀드’라고도 불리는 TDF는 은퇴 시기에 맞춰 연령대별로 투자 자산을 자동 배분해 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목표 은퇴 시기에 해당하는 펀드에 가입하도록 돼 있어 대표적인 노후 대비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자산의 70%까지만 TDF 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에 수익형 상품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를 고려해 이번 개정안은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 출시와 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내걸었는데 오히려 개정안이 퇴직연금 시장을 경직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정안은 가입기간 동안 주식투자비중이 80%이내, 예상은퇴시점 이후 주식투자 비중이 40%이내 상품에 한해 TDF를 종전 70%에서 100%로 확대하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현재 TDF상품을 출시한 운용사는 7개인데 공교롭게 이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삼성자산운용뿐이다. 5월 23일 기준 국내 TDF 순자산은 1조900여억 정도로 이 중 삼성자산운용이 4,370억원을 제외한 전체의 60% 정도 상품은 이번 TDF 자산비중 확대안에 해당하지 않는 상품인 셈이다. 특히 안정적인 노후 관리를 위해 사회초년생의 TDF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분위기 속에서 청장년층이 가입하는 2050 ·2045(은퇴시점 예상년도)와 같은 상품은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주식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KB자산운용의 2050은 주식비중이 90%, 2045도 87%, 한국투자신탁운용의 2045도 90%,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2045도 84%에 이른다. 삼성자산운용만 2045가 80%로 개정안의 범주에 들었다. 은퇴예정시점의 주식편입 비중 역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55%로 개정안의 범주에 벗어났다.

현재 TDF 상품을 판매중인 운용사 외에도 여타 운용사들도 TDF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개편안이 오히려 가이드라인이 돼 상품의 획일화를 가져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TDF상품을 활성화한다고 했지만 결국 탁상공론으로,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을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TDF 상품의 방점은 노후수단으로 소득이 없어진 은퇴 후 소득을 대체할 수 있는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은퇴 후 주식투자 비중까지 40%로 제시하면 노후설계라는 TDF상품의 본래 목적에도 맞지 않다. 운용업계 한 임원은 “TDF상품별 주식운용 비율은 각 사별에서 최상의 요건으로 은퇴후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것인데 정부에서 은퇴후시점의 주식투자비중까지 제한하면 상품의 다양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TDF상품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수익률로 ‘은행 예금만 못한 퇴직연금’이란 오명을 벗고자 마련됐는데, 오히려 주식투자비중을 제한함으로써 주식의 탄력적 조정을 통해 수익률 제고라는 취지에도 어긋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TDF상품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일률적인 주식 투자비중 등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운용업계 관계자는 “TDF상품의 생명은 각 사가 얼마나 소득대체율을 보장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당국이 비중을 제시하면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퇴직연금 상품의 다양화를 위해 마련된 만큼 업계의 동향을 들어본 뒤 7월 3일 규정변경을 예고해 9월 개정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권용민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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