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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文정부에 쓴소리]"최저임금 올리며 인건비 지원은 난센스...韓정부 포퓰리즘 덫 걸려"

■단독 인터뷰-세계적 경제학자 앳킨슨 美ITIF 회장

과도한 중기·소상공인 보호 정책에 생산성만 하락

마트 입점 규제·적합업종 선정은 소비자 권리 제한

규모 상관없이 혁신 이끄는 기업에 지원 집중 필요

국가 경쟁력 키우려면 북유럽식 노동유연성 도입을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




미국에는 ‘총알을 물라(Bite the bullet)’는 속담이 있다. 이를 악물고 노력하는 상황을 비유한 말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한 단계 발전하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세계적 경제학자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첫머리에서 이 속담을 언급했다. “경제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한국 정부가 고통을 회피하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반문이다. ‘총알을 물라’는 말은 앳킨슨 회장이 한국 정부에 건넨 압축적인 조언인 셈이다.

앳킨슨 회장은 혁신경제·거시경제 등의 분야를 주로 연구한 경제학자로 미국 내 가장 선도적 싱크탱크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ITIF를 설립했으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국가혁신 및 경쟁력 전략 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앳킨슨 회장이 특히 문제가 있다고 짚은 한국의 경제정책은 ‘일자리안정자금’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영세업체의 경영난이 우려되자 3조원의 재정을 들여 이들 업체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포용성장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올릴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의 진통은 감수하는 것이 정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길입니다.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이 낮은 업체는 정리되도록 하는 것(let it go)이 경제원리에도 부합하고 생산성 향상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최저임금을 올리고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과도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정책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앳킨슨 회장은 “대형마트 입점 규제라든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해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하는 정책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대중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더 싼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할 소비자의 권리만 제한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규제가 미국에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헛웃음을 지으며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문재인 정부는 유통업계 규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

앳킨슨 회장은 중소기업 과보호 정책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중소기업의 60%가 정부의 지원을 받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OECD 중 최대입니다. 중소기업지원책이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지요. 이렇게 낮은 생산성은 한국 경제의 도약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라고 봅니다.”

그는 대안으로 ‘규모중립적 지원’을 제시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혁신지향적인 회사에 정부 지원을 집중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을 배려한다면 업력이 짧은 신생업체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생업체가 10~20년 된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혁신 의지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앳킨슨 회장은 “시장에 인력을 조정할 여지를 충분히 주지 않았을 경우 기업 경쟁력과 생산성 저해를 초래한다는 것은 학계에서 확립된 이론”이라며 “기업의 인력조정을 원활하게 하되 실업자 훈련 등 안정성을 강화한 북유럽의 유연안정성 모델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앳킨슨 회장은 한국 대기업에 대해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좀 더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인텔은 벤처캐피털을 운영하며 유망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미국에서 혁신적인 벤처회사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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