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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 3조시대-세금이 줄줄 샌다] 총리실도 두손 든 부처 밥그릇싸움...예산·행정낭비 악순환 반복

컨트롤타워 유명무실...41개 기관이 1,312개 개별사업

정보교류 위해 만든 통합모니터링시스템 마저 '개점휴업'

"무상원조 사업만이라도 외교부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네팔의 한 마을이 새마을운동 시범마을로 선정됐지만 이후 사업이 지속되지 않아 건물만 방치된 상태로 남아 있다./사진제공=발전대안 피다(옛 ODA워치)


라오스 정부는 지난 2015년 우리 정부로부터 차관을 들여와 대규모의 경찰병원을 짓고자 했다. 라오스 정부의 요청을 받아 한국수출입은행은 사전타당성조사와 기본설계 등 필요한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라오스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56억원의 예산으로 기존 노후한 경찰병원의 병원장비 개선 등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정부는 양 기관이 연계하면 시너지가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연계회의 등을 진행하도록 조율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진행을 빨리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였고 코이카 역시 자신들이 책정한 사업기간(2016~2018년) 내 경찰병원 신축이 어렵다고 판단해 기존 사업을 별도로 이어갔다. 결국 비슷한 사업을 두고 양 기관이 개별적으로 업무를 진행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부처들은 공적개발원조(ODA) 관련 정보 교류를 위해 통합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사업시행 2년 전에 계획안을 전산상으로 입력하고 다른 부처들과 업무를 공유하거나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ODA통합모니터링은 시스템만 그럴듯할 뿐 운영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감사원이 지난해 외교부·기획재정부 등 주요 기관의 ODA 예비사업 리스트 정보가 ODA통합모니터링에 입력됐는지 확인해보니 전체 994개 사업 가운데 82%가 입력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ODA 업무를 하는 한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ODA 업무가 해당 부처의 주요 업무가 아니다 보니 담당자가 자주 바뀐다”며 “전문 지식과 노하우가 부족하다 보니 업무 공유가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ODA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컨트롤타워’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ODA와 관련해 41개 기관이 1,312개의 사업을 하고 있다. 차관을 빌려주는 형태의 유상원조는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이 담당하고 있고 별다른 조건 없이 도와주는 방식의 무상원조는 31개 중앙부처와 개별 광역시도가 진행하고 있다.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사업이 부실화되거나 행정비용 낭비 등 비효율이 발생한 것은 물론 원조대상국에도 혼선까지 주는 실정이다. 실제 행정안전부의 보조금을 받은 민간단체 새마을운동중앙회는 2016년 총사업비 14억여원을 갖고 10개국 35개 마을에 새마을 시범마을 조성사업을 실시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해당 국가에 집행조직이나 인력이 전혀 없어 현지 교민 가운데 1명을 협력관으로 채용했다. 현지 교민 출신의 협력관은 사업비 6,000만원가량을 송금받은 뒤 도박과 생필품 구매 등 사업비를 횡령해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조직과 전문인력을 갖춘 코이카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의견이었다. 그런가 하면 새마을운동중앙회와 경상북도에서 출자한 새마을세계화재단은 동일한 지역에서 각각 시범마을을 지정해 해당 국가로부터 원조기관이 여럿이어서 혼란스러우니 한 곳으로 통일시켜달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사업이 영세화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로 꼽힌다. 각 부처가 ODA 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통합과 조정은 이뤄지지 못한 채 사업만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공공행정 분야 무상원조 사업의 경우 2011년 36개 사업이 진행됐지만 2015년에는 61개까지 급증했다. 사업당 평균 예산을 따져보면 2011년에는 약 100만달러가량이었지만 2015년에는 73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사업이 영세화되면서 원조대상국에는 ODA 효과가 반감되고 행정비용만 늘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은주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ODA의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각 사업당 원조 규모의 단위가 급등했다”며 “우리나라는 수십억원 단위의 사업이 차고 넘치는데 다른 나라들은 수천억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해 원조대상국의 마음을 사고 사업 효과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ODA 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부처 간 조율이 가능하도록 체계도 갖춰놓았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통해 중복 업무를 협의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조정 역할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ODA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ODA 감시 시민단체인 피다의 한재광 대표는 “국개위는 각 부처가 진행하는 ODA 사업의 예산을 통합 편성하거나 유사사업을 연계 조정할 권한이 사실상 없다”며 “구체적인 사업 영역은 각 부처 국장급이 참여하는 실무위원회를 통해 논의하는데 평등한 위치이다 보니 조율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무상원조라도 주무부처인 외교부를 통해 일원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델파이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 전문가는 ODA 집행기관을 일원화해 원조대상국에 혼란을 줄이고 부처 간 ODA 예산확보 경쟁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ODA 전담 부처를 신설해 부처별로 나뉜 ODA 업무를 이관하거나 외교부에 ODA 예산과 편성을 넘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 부처는 ODA 사업을 외교부 간섭 없이 자기완결적으로 하고 싶어 하지만 이들 부처는 해외에 전문인력이 없고 원조국가에 대한 노하우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비슷한 사업을 합쳐 덩치를 키우고 행정 비용과 인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집행기관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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