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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Market] 방사선의 두 얼굴

관련 시장규모 수조원 달하지만

유해성 연구·과학적 설명 태부족

안전한 활용·관리 논의 나설 때

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우리 국민들은 방사성물질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같은 해 서울 월계동에서는 아스팔트의 방사성물질(세슘)이 논란이 됐고 2013년에는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선 비(세슘·요오드)가 화제가 됐다.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되거나 원전 주변의 주민들이 갑상선 암 발병과 관련해 집단 손배소를 제기하는 등 꾸준히 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에는 침대에서 검출된 라돈이 문제가 됐다.

원자력발전소나 핵실험 등 인위적으로 발생되거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이론은 잘 정립돼 있다. 예를 들어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이고 방출하는 방사선은 베타와 감마선이며 라돈의 경우 반감기가 3.8일, 방출하는 방사선은 알파선이다. 그리고 에너지를 가진 알파·베타·감마선이 인체에 들어오게 되면 물리적으로 어떤 특성을 가지며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방사선이 인체에 들어올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완전히 정립되지 못한 상태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방사선이 인체에 들어오면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를 죽이기도 하고 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이론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의 몇 개가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암이 생기는지에 대한 정확한 숫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방사선 이외에도 인체에 유입돼 세포를 사살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물질들이 무수히 많으므로, 세포 차원에서 몇 개의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암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지금까지의 과학기술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방사선량이 얼마인지, 얼마만큼의 방사선을 받으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졌기 때문에 암 진단과 질병 치료에 방사선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상당히 크다. 방사선을 활용한 치료 시장은 6조원에 달하고 장비 시장도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산업용 방사선 시장과 동물용 방사선 시장 규모도 상당히 크다. 우리나라도 방사선 장비 분야의 기술력들이 축적돼 의료용·치과·산업용 방사선 장비를 만들어 수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방사선 산업 시장은 고령화시대를 맞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으나 정확히 얼마만큼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값이 정해져 있지 않다. 물론 방사선은 가능한 적게 받는 것이 좋다. 각종 연구를 통해 일반인이 1년에 받을 수 있는 방사선 허용량은 1밀리시버트(mSv)지만 필자와 같이 방사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50mSv로 규정돼 있다. 다시 말하자면 연간 50mSv의 방사선을 쬐어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적은 양의 방사선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얼마만큼의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암이 발생하는지는 아직 미지의 세계다. 이 때문에 암 발생에 대한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방사선을 활용한 의료기기와 늘 함께하는 필자에게도 이번 라돈 침대 사태는 유감이다. 라돈 침대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그 어떤 해명과 조치도 위안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방사성물질에 대한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은 방사선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이해와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방사성물질과 방사선은 인간에게 유용하면서도 위험한 존재다. 이번 라돈 침대 사태를 계기로 방사성물질과 방사선의 안전한 활용과 관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 못지 않게 안심시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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