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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BTS, 무산스님 그리고 최저임금

송영규 논설위원

청년 삶과 맞닿은 노래처럼

중생 고통 강조한 스님처럼

경제 정책도 진정성 가지고

국민의 진짜 목소리 담아야

놀라운 일이다. 대중음악 소식이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최근 빌보드 소식이 전해지기까지만 해도 방탄소년단(BTS) 이름을 들어봤어도 누군지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몰랐다. ‘아재’ 빼놓고는 모두 BTS라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2년 전 발표된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를 틀었다. 강렬한 비트, 말로만 듣던 칼군무, 그리고 흘러나오는 가사. ‘그 말하는 넌 뭔 수저길래/ 수저 수저 거려 난 사람인데/ 니 멋대로 살아 어차피 니꺼야/ 애쓰지 좀 말아 져도 괜찮아.’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의 고발이라 하면 너무 거창할까. 아이돌이라 그렇고 그런 노래를 부를 것이라는 편견이 깨졌다.

10·20대들에게 BTS는 ‘소통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단지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에 콘텐츠를 많이 올려서가 아니다. 음 이탈이 나자 팬들에 대한 미안함에 무대 뒤에서 눈물을 흘리고 팬들을 위한 노래도 직접 만든 그들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을 하니 BTS의 노래와 춤이 곧 이 시대 청년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들의 목소리·몸짓이 더 강렬하다.

BTS에 대한 대중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 것은 현실에서 마주하는 행태가 마뜩잖기 때문일 것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그중에서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만 봐도 그렇다. 한편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크다 하고 다른 편에서 급격한 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면서 소외계층이 더 살기 힘들어졌다고 공격한다. 그 근거로 긍정론자들은 근로자의 임금 특히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이 크게 늘었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반대 측은 실직자와 자영업자는 빠졌다며 반격한다. 실제 최저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누구도 안중에 없다. 그저 자신에게 유리하면 그뿐이다.

긍정 효과가 90%이며 최저임금의 영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1·4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8%나 감소했고 소득격차 역시 벌어졌다는 사실은 통계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저기서 최저임금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가게 문을 닫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카페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사라졌고 임금 부담 탓에 밤늦게까지 부부가 영업하는 곳이 적지 않다. 긍정은커녕 피눈물이 더 많이 보인다. 한가하게 통계 논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물론 소득격차 확대와 고용불안이 이번 정부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도 집권 4년 차에 현 정부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일자리 정부론’을 내세웠다. 일자리만 만든다면 뭐든 하겠다며 기업을 치켜세웠고 규제를 풀었다. 그럼에도 당시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악이었고 가계소득 비중은 계속 내리막을 걸었다. 그토록 원하던 낙수효과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작금의 상황을 과거의 잘못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는 출발이 너무 다른 문재인 정부다. 소득 분배 개선과 일자리 확대는 현 정부가 출범 후 지금까지 줄곧 외쳐왔던 구호다. 최고의 과제도 성장이 아닌 ‘국민의 삶’이었다. 국민과의 약속이었기에 꼭 지켜야 한다는 부담까지 안고 있었다. 그러기에 당장 1·2년 새 급격히 좋아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나빠지지는 말았어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이 과연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제대로 담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혹시 소득 분배를 강화하고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빼내 가계로 돌려줘야 한다는 도그마에 빠진 것은 아닌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포장에만 신경 쓰다 정작 그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지 않은 빈 상자를 만든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중생의 아픔이 내 아픔이 돼야 한다.” 얼마 전 입적한 설악산의 큰 어른 무산 스님이 남긴 가르침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의 진정한 아픔을 어루만지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청년들의 삶을 노래로 표현한 BTS의 진정성과 중생의 고통을 같이하라는 무산 스님의 화두는 경제정책에도 똑같이 유효하다.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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