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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영국이 T-50을 훈련기로 구매한다’고? … 그렇지 않다

영국, 훈련기가 아니라 소량의 FA-50 관심 갖는 수준

사소한 정보 제공도 수출예비허가에 해당

‘영국이 T-50을 산다’는 소식이 나왔다.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하지만 지난 주말, 이 소식은 각종 밀리터리 게시판을 달구며 퍼졌다. 열광과 전파에는 이유가 있다. 먼저 사실처럼 퍼진 이유를 보자. 방위사업청 홈페이지에 관련 소식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5일 작성된 ‘정보목록’의 제목이 바로 ‘수출예비승인(영국, FA-50) 관련 검토 의견 제출’. 누가 봐도 수출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지난 5월25일자로 방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수출예비승인 관련 문건. ‘영국, FA-50’이라고 명시돼 마치 수출을 앞두고 있다는 혼동을 불렀다.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제목과 담당부서, 담당자, 문서번호만 적힌 이 화면에 꽂힌 이유가 있다. 상대가 영국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까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호령하던 영국의 군수산업이 예전만 못하지만 훈련기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적인 강자다. 우리나라 공군이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개발하기 직전까지 운용하던 고등훈련기가 바로 영국 호크사 제품이다. 한국 공군은 20대의 호크기에 고등훈련기는 물론 제한적인 경공격기 임무까지 부여할 정도로 호크기는 범용성을 자랑하는 기체다.

태극마크를 단 호크기. 한국 공군은 1992년 20대의 호크 훈련기(Hawk 67)를 발주, 2013년 퇴역시켜 해외판매하기 직전까지 고등훈련기로 활용했다. 호크를 밀어낸 기종이 바로 국산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다.


수많은 파생형으로 누적 생산 1,000대가 넘는 ‘명품 훈련기 호크’를 제작하는 영국이 한국산 T-50을 구매한다면 일대 사건임이 틀림없다. T-50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기대에 부풀었기 때문일까. 엉뚱한 해석과 전망이 판치는 분위기다. ‘미 공군 차기 훈련기(T-X) 사업의 승자가 T-50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미리 안 영국이 입맛을 다시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미국의 T-X는 마지막 가격 경쟁 단계에 접어들었다. 주계약자인 록히드마틴사가 가격을 맞추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납품가 50% 인하까지 요구, 한국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상태다. 납품가 인하를 강요하는 대기업의 갑질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처지와 비슷하다.

영국이 진짜 원하는 기종은 미 공군 고등훈련기용으로 제안된 T-50A라는 분석도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이 대량(138대) 운용할 F-35B 전투기의 계기판과 유사하게 제작된 T-50A의 아날로그 계기판 때문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이 여전히 생산 중인 호크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최신형인 ‘HAWK ADVANCED’ 기체가 2년 전 비슷한 계기판을 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답은 무엇일까. 제목과 문서 형식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수출예비승인’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구매자가 관심을 보이며 정보를 요구할 경우, 기술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를 비롯해 시범 비행 비용 처리까지 근거가 붙는데 그게 수출예비승인이다. 방위사업법 제57조는 ‘주요방산물자 및 국방과학기술의 수출허가를 받기 전에 수출상담을 하고자 하는 자는 국방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방위사업청장의 수출예비승인을 얻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소해 보이는 정보 제공까지 수출예비승인을 얻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영국이 원하는 것은 T-50이 아니라 FA-50이다. 고등훈련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영국은 T-50의 초음속 기능을 높게 평가하며 자국산 고등훈련기 또는 현용전투기 조종사들의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관련 건이 성사돼 수출로 직결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물량 역시 매우 작다. 영국의 희망 수량은 1개 편대 이하의 소량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T-50은 3~4개 다른 기종과 경합 중이다.

문서 하나에 관심이 증폭되는 배경에는 T-50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겠지만 사실보다는 추론이 난무하는 분위기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훈련기 시장을 석권한다’는 그림은 쉽게 깨질 수 있는 유리잔에 그려지는 허상일 뿐이다. 그래도 소득은 있다. 비록 소량이라도 영국과 같은 항공 선진국에 다양한 용도로 다가설 수 있는 항공기를 국내 개발했다는 의미를 재확인했으니까.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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