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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심만으로 '가짜뉴스' 규제 옳은가

박신욱 경남대 법학과 교수
獨, 위법성 의심땐 댓글 삭제
표현·정보의 자유에도 영향
토론문화 보호선에서 통제를

  • 한영일 기자
  • 2018-06-10 17:26:45
  • 바이오&ICT 39면
[기고] 의심만으로 '가짜뉴스' 규제 옳은가

최근 드루킹 관련 논쟁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유 중 하나는 댓글을 통해 형성된 특정인의 의견이 여론이 될 수 없다는 불신을 낳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혐오발언·댓글조작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및 미국 대선 과정에서 관련 문제가 계속 제기됐으며 지난해에는 독일 총선 과정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가짜뉴스·혐오발언·댓글조작 등에 따른 사회적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지적돼왔으며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의 자발적인 노력과 법률 개정 또는 제정 시도는 이러한 노력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후자와 관련해 최근 국내 입법발의 과정에서 독일의 법적 해결방식이 소개됐고 해당 독일 법률이 발의된 법안에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국내 법안의 모티브가 된 독일 네트워크 법집행법은 댓글조작 및 가짜뉴스를 방지하는 대안일 수 있을까.

독일에서 방문자가 많은 사이트는 대부분 국제적인 사이트이며 우리나라의 네이버 및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의 기능을 하는 사이트는 ‘web.de’ 및 ‘gmx.de’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트에서는 댓글이 우리처럼 활성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독일에서 댓글 및 평판이 가장 중요한 사이트는 아마존과 e베이 같은 상품 판매를 위한 사이트와 페이스북·유튜브 및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다시 말하면, 독일은 포털에서의 댓글을 규제하려는 목적보다 후자인 SNS상에서 발생하는 혐오발언 등을 통제하기 위해 네트워크 법집행법을 지난해 제정해 공포한 것이다. 따라서 세간에서는 이 법률을 소위 ‘페이스북 법률(Facebook-Gesetz)’로 통칭한다.

지난해 10월1일 발효된 독일 네트워크 법집행법의 법률안은 입법과정에서 매우 거센 비판을 받았으며 지금도 관련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연방국가라는 특징, 그리고 EU에 포함됐기 때문에 지적되는 문제를 도외시하더라도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특히 기본권과 관련한 실질적 문제가 제기되는데 그 가운데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어느 정도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법집행법은 SNS에서 표현의 자유를 적어도 상당히 제한한다. 왜냐하면 단순히 위법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이용자의 생각이 투영된 표현을 삭제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알 권리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정보의 자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표현을 통해 대중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는 대중이 정보 자체에 접근해야 한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네트워크 법집행법은 OSP에 보고의무를 부과할 뿐 아니라 엄격한 삭제기간 등을 포함한 불만사항 처리 방식을 도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언론출판의 자유 및 검열 금지 원칙이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더욱이 가치판단의 일종인 위법성 판단을 OSP에 부과한 점은 앞으로도 뜨거운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이는 결국 형사절차에서 발견돼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OSP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징수의 위험뿐 아니라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 사법(私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도 부담하게 되는 구조에 갇히게 된다.

댓글조작 및 가짜뉴스를 통제하는 것은 우리의 자유로운 의견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독일과 유사한 방식이라면 독일에서 현재진행중인 토론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의심스러울 때 삭제를 의무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강조(in dubio pro libertate)’하는 것이 포기할 수 없는 토론문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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