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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北美정상회담이 우리에게 안겨줄 숙제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

동북아 국제관계 각축 심화 예고

집단지성 모을 전략 체제 갖추고

'변덕' 대비한 안보역량 강화해야





북미 정상회담이 목전에 다가왔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 회담은 북미 정상이 마주 앉는 역사상 최초의 회담이고 결과는 향후 동북아시아 정세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개연성을 가졌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까지 의제에 올리고 있으며 미국은 그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경제적 번영을 이루게 해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존재하는 많은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 회담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 유엔 제재의 효과, 문재인 정부의 등장과 중재자 역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접근방법과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이 회담은 북미 모두 ‘대성공’을 선언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 앉을 이유가 없다. 한반도 종전 선언, 북미관계 개선,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 경제지원 방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과정에 대한 합의 등이 극적으로 선언될 것이다. 이후 이를 구체화하고 관철하기 위한 후속조치들과 회담들에도 합의할 것이다. 우리는 이 순간을 감사하고 환영할 충분한 이유를 가졌다. 현 상황을 추동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당분간은 북미·남북 간에 협상이 지속되고 한반도는 안정을 향유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이전에는 결코 기대할 수 없었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역사적 임무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최상의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것이 국제관계의 속성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향후 문재인 정부에 엄청난 숙제와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우리는 대성공의 축포는 아직 먼 미래이고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현실에 바로 직면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북미 정상회담은 완전한 북한 비핵화의 완결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북핵의 완전검증과 폐기 문제, 트럼프와 김정은의 변화하는 전략적 이해, 미중 전략 경쟁의 변수 등이 얽혀 있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 관련 한국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미국 우선을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청구될 비용과 동맹 비중 축소, 비핵화 이전 단계에서 더욱 취약해진 안보적 현실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항상 플랜 B를 준비해야 하고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전략적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향후 동북아 국제관계는 전략적 포석을 놓고 더욱 치열한 각축이 벌어질 것이다. 고도의 전략적 계산과 대응이 필요해진다. 일부만이 이를 주재하거나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현실에 곧 직면한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집단지성을 모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주변 강대국 중 어떤 나라도 배제하려 하거나 주변화해서는 안 된다. 강대국은 반드시 이에 대응할 것이다. 향후 발생할 수많은 시나리오와 변수를 고려할 때 주변 강대국 관계에 대한 비배타성을 전제하면서 보다 섬세하게 다뤄나갈 필요가 있다. 나폴레옹 전쟁 후의 빈 체제나 2차대전 직후의 유엔 체제에서 엿보이듯이 포용적인 국제관계는 다소 비효율적일지라도 더 안정적이다.

셋째, 우리의 안보역량 강화를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로키(low key·최대한 표현을 억제한 행동)’로라도 ‘스마트’하게 추진해야 한다. 비핵화 과정은 아무리 빨라도 간단하지 않다. 역사의 변덕에 대응할 기초체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견국가로서 한국은 이 축제의 순간에도 위기와 도전에 대응할 역량을 진지하게 점검해야 우리가 바라는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높은 이상은 꿈꾸면서 추구하되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이를 추구해나갈 역량과 지혜를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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