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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칼럼] 발등의 불이 된 내년도 최저임금

내년 최저임금 두자리수 인상땐

우리사회 또 갈등 빠져들 수도

국회동의·자영업대책 등 난제로

정책 소통·사회적 합의 힘써야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지금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방선거 결과가 아니라 오는 7월 시행될 노동시간 단축의 원만한 현장 착근과 7월 초까지는 결정돼야 할 2019년도 최저임금이 아닐까. 아마 정부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을 지난해처럼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공약만 생각한다면 내년 인상률도 15% 정도는 돼야 한다.

최근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를 둘러싼 학계의 공방이나 산입범위 변경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현재진행형이어서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우리 사회는 또다시 큰 갈등에 빠져들 수 있다. 곧 발표될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전년대비 5월 취업자 증가 규모가 2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겠지만 만약 25만명 가까이 증가했다면 두 자릿수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두 자릿수 인상으로 갈 경우 사회적 대화에서 이탈한 노동계와의 갈등은 조금 누그러들겠지만 정부는 더 큰 난관들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할 것이다. 올해 16.4% 인상을 위해 3조원의 재정을 책정해놓았지만 내년에 딱 끊기도 어려운데다가 또다시 두 자릿수 인상을 하려면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를 위한 국회의 동의 과정은 지난해보다 훨씬 까다로울 것이다. 잘못하면 최저임금에 대한 끝없는 정치적 공방이 정부의 정책능력을 약화시키고 사회 전체를 격동시킬 수 있다.

이 국면을 잘 돌파한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특단의 자영업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내놓고 말은 못하겠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영세 상공인들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게 된다. 지난 10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이들의 지난해 수익률은 2016년 2.3%에서 1%로 반 토막이 난 상태이다. 이미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이들에게 연이은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란 사업을 접을 만한 충분한 사유가 된다. 일부 상여금과 복지수당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는 제도개선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임금체계가 갖춰진 중소기업에나 도움이 될 뿐 이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 최근 소득통계를 둘러싼 청와대의 논란에서도 확인됐듯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분배정책도 없이 단기간에 최저임금만 너무 올려버리면 자칫 빈곤층을 더욱 빈곤에 빠뜨리고 저소득층과의 격차를 더 벌려놓을 수도 있다. 정부는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인하 그리고 강력한 공정거래질서 확립 방안 등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효과가 기대될 뿐이다. 퇴출 위기의 자영업에 대한 대책이 산업정책 차원에서도 강구돼야 할 이유다.



이번 기회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어가기에는 턱없이 허술한 사회안전망 체계를 대폭 개편해 미래지향적이고 보편적인 사회안전망 체계로 전환하는 대담한 구상도 필요하다. 또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최저임금을 조금 빨리 올리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사회 질서의 근본을 재구성하는 국가 대사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사회는 큰 혼란에 빠지고 정치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늘 경계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이 올해 16.4%의 인상만으로도 고용과 임금, 물가와 분배구조가 크게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와 같은 경제규모에서 최저임금 정책에만 몰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경제학계와의 불화를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숙제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지지여론이 매우 높지만 대다수의 경제학자들과 기업 경영자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위축시키고 임금구조를 왜곡시킬 것으로 믿는다. 이들은 임금체계 개편이나 고임 계층의 임금 인상 자제 같은 재계의 요구는 외면한 채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에만 목을 매는 정책 당국의 경직적인 태도에 놀라고 있다.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건강한 정책 대화는 사라지고 이념진영 간의 힘겨루기로 비화하는 최근의 흐름은 공론장을 경직시키고 정부의 정책역량을 소진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과도한 불평등과 격차를 완화해야 지속성장도 가능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이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줄이기 같은 사회정책이 주된 성장전략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혁신 신산업을 키우기 위한 규제개혁과 노동시장 제도개혁은 소홀히 하고 정부가 노동사회정책에만 몰두한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은 정책 당국의 소통 부족 때문이다. 학계와의 정책적인 공감대가 넓어진다면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구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지난해와 달리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두 자릿수든 한 자릿수든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회정책 구상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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