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특파원 칼럼]북한판 도이머이 경계하는 중국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중국이 벌써 대북제재 해제 이슈를 도마에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같은 미국 언론들은 이번 북미 회담의 승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노력 대비 결과로 따지면 최대 승자는 단연 중국이다. 시 주석은 안방에 앉아 원하는 것을 거의 모두 손에 쥔 형세다. 입에 달고 살았던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물론 내심 원하던 한국에서의 미군 철수까지 가시권에 들어온 것처럼 중국 매체들은 호들갑을 떨고 있다. 비행기 두 대를 빌려주고 시진핑은 모든 것을 얻었다는 미국 언론의 비아냥에도 중국은 그다지 싫어하는 표정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이 내심 걱정하는 것이 있다. 비핵화와 함께 개혁개방, 경제 발전을 원하는 북한이 혹시나 변심하지 않을까 해서다. 실제로 중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정책 ‘도이머이(쇄신)’를 도입한 후 변심한 베트남을 보면서 북한도 동북아 안보 이슈에서 적으로 돌변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최근 베트남에서 번지고 있는 반중 시위를 지켜보며 중국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지난 9일 일부 베트남 지역에서 시작된 반중 시위는 이제 대도시와 베트남 전역으로 들불 번지듯 확산하는 모습이다. 베트남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특구 조성 관련 법안에 베트남 국민들은 “결국 모든 특혜가 고스란히 중국에 돌아갈 것”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반대하고 있다. 은근슬쩍 시위를 눈감아줬던 베트남 정부는 반중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비화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뒤늦게 단속에 나섰다.

베트남의 이번 반중 시위의 직접적 원인은 경제특구 조성 계획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과거 1,000년여 동안 중국에 시달려온 쓰라린 역사가 바탕에 있다. 베트남은 가깝게는 1974년 자신들이 관할하던 남중국해 파라셀군도를 중국에 점령당한 쓰라린 아픔을 안고 있다. 1979년에는 중국과 국경전쟁까지 벌였다. 이후에도 베트남과 중국은 파라셀군도와 스프래틀리제도 등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과 날 선 영유권 분쟁을 벌이며 안보 이슈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중국은 베트남이 1986년 공산당 1당 독재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도이머이를 추진한 후 오히려 반중국 대오를 강화하고 있는 점을 못마땅해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글로벌 제조기지로 부상하면서 힘을 키우고 있는 베트남이 남중국해 등 안보 이슈에서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는 것이 달가울 수 없다.

중국 매체들은 싱가포르 북미 회담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 북한이 싱가포르 경제 발전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훈수까지 두고 있다. 친중 노선을 걷는 싱가포르식 경제 발전 전략을 따라야 한다는 훈계에는 도이머이 결과 반중국 노선을 강화하는 베트남에 대한 경계가 깔려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서 중국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미국과의 안보역학 관계에서 필요한 북한의 완충지대 역할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찰스 암스트롱 교수(한국학연구소장)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고 북한과 미국이 반(反)중국 공동전선을 펴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실제로 베트남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론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중국이 자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속뜻이 무엇인지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인의 머릿속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 그 위에 중국이 목놓아 주장하는 자국의 안보 핵심 이해가 놓여 있다. hb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