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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y]'트위터 정치'에 빠진 정치인…"파랑새야, 내게 표를 물어다오"

오바마가 시도한 SNS정치

트럼프 정권 들어 인기 절정

매달 3억6,000만명이 이용

대중과 실시간 대화 가능해

정치인에겐 '표밭' 소통창구

쓴소리 귀닫고 할말만 쏟아내

일방적 선전도구 전락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세기의 담판’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전 세계의 눈은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의 트위터 계정으로 집중됐다. 싱가포르 공항 활주로에 갓 내린 김 위원장의 모습이 가장 먼저 그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야간 시내 투어는 물론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생일축하 파티 장면까지 생생하게 중계한 덕분에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유명 트위터 정치인 대열에 올랐다.

정치인이 소셜미디어서비스(SNS)인 트위터로 자신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는 ‘트위터 정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 280자(한국은 140자 제한)로 정치인과 대중을 잇는 트윗이 정치인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으면서 한때 페이스북과의 경쟁에 밀려 매각설에 휩싸였던 트위터도 존재감을 되찾고 있다.

트위터 정치의 대표주자라면 누구나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SNS 정치의 창시자로 불리는 인물은 그의 앙숙인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두 달 전인 2007년 3월 그의 측근이 개설해준 버락오바마(@BarackObama) 트위터 계정으로 오바마 지지자들이 몰려든 것이 시초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직접 운영하는 개인 트위터를 개설한 것은 몇 년 뒤의 일이다. 2015년 5월 미합중국대통령(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POTUS) 이름으로 연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 계정은 정책이나 캠페인 홍보를 위한 대통령 내외의 코믹 동영상들로 큰 인기를 누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위터 정치의 선구자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못 말리는 트윗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1월 대선을 치르기 훨씬 전인 2009년 3월 트위터(@RearDonaldTrump)에 가입한 뒤 하루 수차례씩 트윗을 날리고 있다.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이동하던 중에도 정상회담 당일 새벽부터 수 차례나 트윗을 날렸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가 주목받는 것은 그가 취임 후에도 백악관 계정(@POTUS) 대신 개인 계정 이용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공식행사 모습이 백악관 계정에 가끔 올라오지만 ‘러시아 커넥션’ 특검을 향한 불만, 오바마 정권 깎아내리기 등 도발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은 여지없이 개인 계정에 올라왔다. 그의 개인 계정 팔로어는 5,277만명, 게시된 글은 3만7,950건에 달한다. 반면 백악관 계정은 팔로어가 절반에도 못 미치고 게시글은 3,130건에 그친다. 지난달 10일 ‘북미 정상회담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은 백악관 대변인실도, 국무부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트위터를 통해 가장 먼저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랑은 백악관은 물론 미 행정부 곳곳에도 트위터 문화를 정착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달 만에 SNS 전담조직을 확장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의 최측근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공식 계정뿐 아니라 개인 계정을 운영하며 최근 들어 수시로 트윗을 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캐디에서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에 오른 댄 스커비노는 북미 정상회담 당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앞다퉈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투자은행 BTIG는 “사람들은 한때 트위터를 ‘트럼프나 애용하는 수단’으로 치부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트위터는 정보유통과 사회참여 창구의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세계 정상들도 트위터 정치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개인 트위터 계정은 연배 지긋한 할머니 앞에 고개를 숙인 모습을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는 정상들 간 ‘트위터 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최대 난제로 떠오른 가운데 참가국 정상들은 트럼프를 에워싸고 항의하는 장면을 트위터에 올려 ‘미국을 혼쭐내고 돌아왔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아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이 모습을 각자 자신을 중심으로 촬영해 ‘이번 G7 분위기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나’라는 점을 앞다퉈 강조했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트위터에 매달리는 것은 실시간에 불특정다수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의 소통창구로 매달 3억3,600만명(휴면계정 제외)이 이용하는 트위터 만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가공을 거치지 않은 발언이 그대로 노출돼 언론과 입씨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즐겨 쓰는 이유다.

상호소통을 중시하는 SNS가 일방통행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역효과도 상당하다. 의견수렴과 토론 없이 자신의 주장만 일삼는 정치선전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팔로어를 차단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수정헌법 1조를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가짜계좌가 난립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린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현재 검색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트위터(@Queen_Europe)는 독일 총리가 운영하는 계정이 아니다. 메르켈 총리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갖고 있지만 트위터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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