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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근로시간 단축, 업종별 속도조절 필요

유병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





7월이 코앞으로 다가온 요즘 국내 조선소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다음달부터 시행되면 일부 업무는 마비될 지경이다.

대표적인 게 시운전이다. 시운전은 건조한 선박을 선주에 인도하기 전 계약서에 따라 각종 성능·기능을 검증하는 절차로 선박 건조 과정의 최종 관문 격이다. 해양 시운전의 경우 계약서에 지정된 해역으로 선박을 이동시킨 다음 상선의 경우 최대 3주, 군함·잠수함 등 특수선은 6개월∼1년, 해양플랜트는 수개월 이상 해상에서 실제 운항 조건으로 검사를 수행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해상 시운전 직종은 알면서도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정부는 신규 근로자를 채용하도록 촉구하나 인력을 충원하는 일도 쉽지 않다. 시운전에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근로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무 숙련에도 최소 4년 이상이 필요한데다 함정·잠수함 등 특수선은 방위산업 특수성으로 인해 풀 자체가 매우 좁다. 인력을 구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잠수함처럼 협소한 선박에는 많은 인원이 탑승할 수 없다. 승선 인원이 전보다 늘어날 경우 자칫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교대근무를 위해 선박의 입출항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 되는 게 시운전뿐일까. 인력수급이 어려운 건 특수장비 운전처럼 전문기술자격이 필요한 직종에도 적용된다. 트랜스포터나 대형 크레인 등을 운용하려면 전문적 기술·자격을 갖춘 특수장비 운전원이 요구되나 당장 이를 충원하기는 쉽지 않다. 인력수급이 여의치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해당 직종의 연장, 휴일근로가 불가피하다.



탄력근무제라도 활용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탄력근무제를 하려면 취업규칙을 변경하거나 근로자대표와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조선사 노조는 탄력근무제를 적용하면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든다며 합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실정이다.

시운전 같은 일부 직종은 52시간 적용에서 예외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다. 적어도 7월 이전 수주한 물량을 인도할 때까지만이라도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기존 수주물량은 현재 근로시간(주 68시간)을 고려해 납기 일을 정해뒀다. 갑자기 근로시간 기준이 바뀌면 기존 수주물량의 납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하루에 4만달러를 웃도는 지체상금(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수년간 일감 절벽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조선업은 이제 막 바닥을 치고 올라서려는 참이다. 대부분이 해외 수주인 업종 특성상 높은 기술력과 함께 적기 납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제조원가가 뛰면 그렇지 않아도 매섭게 추격해오는 중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현장도 함께 고려하는 연착륙 방안이 조속히 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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