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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군집비행 기술 개발하고도 사장...수소차 활성화도 지지부진

靑 눈치보기에 부처 이기주의
평창 올림픽 주인공 ‘드론 군무’
항공우주연 2013년에 이미 개발
드론 택시 핵심 수직이착륙도
2012년 나왔는데 상용화 실패
대기업 농업진출 소극적
수도권 규제 완화 지자체 반발
이·미용사, 안경사 협동조합은 대형 프랜차이즈 반대로 난항

  • 세종=임진혁 기자
  • 2018-06-17 18:14:02
  • 정책·세금 5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빛낸 또 하나의 주인공은 드론이었다. 1,218대의 드론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밤하늘에 그린 금빛 오륜기는 이번 올림픽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우리 땅에 서 열린 올림픽이지만 이번 드론쇼는 미국 인텔사가 담당했다. 국내 업체의 군집비행 기술의 완성도가 인텔에 못 미쳐서다. 우리나라도 2016년 같은 기술을 개발했지만 각종 드론 규제에 상용화가 더뎠고, 결국 우리 무대를 남에 손에 맡겨야 했다.

드론처럼 좋은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데는 정부부처의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와 정치권, 시민단체, 이익집단 등 곳곳의 눈치를 보느라 부처 스스로 적극적인 규제 혁신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규제 30% 이상은 법규 개정 없이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해석만 해도 풀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 쇼크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혁신성장은 제자리를 못 잡고 있는 이 때 부처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의미 있는 발전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드론 군집비행 기술 개발하고도 사장...수소차 활성화도 지지부진

◇한발 늦은 드론, 헤매는 수소차=군집드론 기술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건 2013년이다.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실내용 기술을 만든 뒤 2016년 실외 기술까지 확보했다. 미래 이동수단으로 유력한 ‘드론 택시’의 핵심 기술인 수직이착륙도 우리나라가 2012년 세계 두 번째로 개발했다. 드론 관련 국내 기술개발 속도는 세계와 비교해 절대 늦지 않았지만 시장의 결과는 처참했다. 프랑스와 중국 등이 선두 그룹을 이끌며 세계 드론 시장은 2016년 13억1,000만달러에서 오는 2022년 245억6,000만달러로 급팽창할 전망이지만, 국내 시장은 2016년 704억원에 불과한 태동기이고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하고 있다. 업계는 비행금지구역을 과도하게 설정하고 고도나 비행 시점을 가로막는 규제가 드론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프리존법 등 드론 규제를 일부 풀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원인도 있지만 관련 부처 역시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처가 노력했다면 세제나 예산 지원 등 드론을 육성할 방법은 충분했다”며 “이제야 드론이 조명을 받으니 부랴부랴 움직이는데 이미 경쟁국보다 한참 늦었다”며 한탄했다.

수소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에서 수소차 구입 지원금은 초안에서는 없었지만 정치권과 업계의 지적에 뒤늦게 포함됐다. 국내 수소차 관련 업체는 현대차 뿐이다 보니 특정 대기업에 유리한 예산 편성에 주저한 정부의 판단에서 비롯된 촌극이다. 최근 수소충전소를 두고는 반대로 부처가 기업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22년까지 충전소를 310개 만들며 절반은 민간에 역할을 맡긴다는 방침인데, 현대차가 부담을 느끼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를 의식해 목표치를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단체 눈치에 대기업 빠진 농업혁신=농식품부는 2022년까지 스마트팜 관련 산업 일자리 4,300개를 만든다는 방침이지만, 국내 스마트팜 산업은 도약의 기회를 이미 수차례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3년 당시 동부팜한농은 유리온실을 이용한 수출용 토마토 생산을 추진했고, 2016년에는 LG CNS가 새만금 스마트팜 단지 조성 사업에 나섰지만 두 회사 모두 농산물 가격 하락을 우려한 농민들의 반발로 사업을 접었다. 대기업의 앞선 기술력을 사장 시킨 스마트팜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지난 4월 모래 항만 물동량이 51.6% 줄어들며 건설업체들의 골재 수급을 어렵게 만든 점도 해양수산부의 오판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해수부는 작년 1월부터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진행하던 바닷모래 채취를 환경파괴 등 이유로 재허가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등의 지적의 따른 조치인데 건설업계는 해외 모래수입 등 뚜렷한 대책 없이 일단 채취부터 막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부처 기싸움에 투자법 통합도 막혀=지난해 정부는 해외로 나가는 기업의 투자를 잡고 해외 진출한 기업의 국내 복귀 통로를 넓히겠다며 연말까지 투자법 체계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기업 투자에 대한 혜택을 외국인 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산업부의 노력은 기재부에 막히며 요원해졌다. 세수를 걱정해 국내 기업에 혜택을 주기보다는 외국기업 혜택을 낮춘다는 세정당국의 판단인데, 국내 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업계의 90%가량이 영세업체인 안경, 이·미용 분야의 협동조합 사업화는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 등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는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업계 눈치를 보며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크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부처와 담당 공무원의 의지가 규제 혁신의 열쇠”라며 “혁신성장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진혁·김상훈기자, 서민우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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